넓은 새집 가는 삼성전자 일본법인, "통합사옥으로 효율 극대화"

삼성전자 일본법인(SEJ)이 다음달 도쿄 지요다구 이다바시의 새 사옥에 입주한다. 기존 미나토구 롯폰기 사옥보다 넓고 입지도 좋아 업무여건에서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다.

1일 일본 업계에 따르면 SEJ는 ‘이다바시 그랑 블룸’으로의 이전에 착수하고 현지 업계에 내용을 공지했다. 이 빌딩은 기존 사옥 ‘롯폰기 티 큐브’를 공동소유한 미쓰이부동산이 지난해 10월 개장한 지상 30층, 지하 2층 규모 업무용 빌딩으로 ‘이다바시 사쿠라 테라스’를 예명으로 갖고 있다. 이 빌딩에는 롯폰기의 SEJ 본사와 수도권 내 사업장들이 한데 모일 예정이다.

삼성 일본법인의 새 통합사옥으로 쓰일 일본 도쿄 `이다바시 그랑 블룸`
삼성 일본법인의 새 통합사옥으로 쓰일 일본 도쿄 `이다바시 그랑 블룸`

현지 업계는 삼성의 결정을 두고 롯폰기의 높은 비용이 문제가 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한 현지 주재원은 “롯폰기는 롯폰기힐즈 등 소비지향적 상업시설이 몰려있는데다 예로부터 지가가 높아 기업 활동에 불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빌딩 규모도 도쿄 여러 곳에 흩어진 SEJ 사업군을 한데 모으는데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나리타·하네다 두 공항뿐만 아니라 요코하마 일본연구소(SRJ) 등 사업장과의 이동에도 불편하다.

반면에 이다바시는 IT기업으로서 롯폰기보다 나은 환경이라는 평가다. 다섯 개 철도노선이 교차해 도쿄역, 신주쿠, 나리타공항 등 각지와 연결되는데다 지대는 낮으면서 간다강 등 쾌적한 업무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요다구 내에 황궁을 사이에 두고 최대 업무지구 마루노우치와 IT 중심지 아키하바라, 정치·행정 중심지 가스미가세키도 있어 정보공유에도 수월하다. 와세다대, 주오대 등 대학과도 가깝다. 히타치, 미쉐린타이어, KDDI 등 대기업도 오래 전부터 모여 있다.

삼성 일본법인이 사용 중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T 큐브`
삼성 일본법인이 사용 중인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T 큐브`

그랑 블룸은 미쓰이부동산이 2011년 착공, 지난해 10월 정식 개장한 연면적 12만3353㎡의 상업시설로 롯폰기 사옥의 갑절 규모다. 미쓰이는 2003년 삼성과 롯폰기 사옥 건설 프로젝트도 함께한 바 있어 이번 SEJ의 입주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다바시 이전을 두고 일본사업 부진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EJ는 이미 B2B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롯폰기의 상징성보다 효율성 마련이 더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최근의 삼성 경영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도권 각지에 업무공간이 흩어져있어 넓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이다바시 그랑 블룸을 SEJ 통합사옥으로 활용해 현지 고객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한편 다른 계열사들은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시나가와 현 사옥에 남는 등 이번 이전과는 무관하다.

LG도 지난해 4월 도쿄 주오구 긴자 인근 교바시에 지분 20%를 투자한 ‘교바시 트러스트 타워’를 일본 통합사옥으로 마련한 바 있다. LG는 이곳에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계열사 일본법인을 한데 모아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