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있을까.
산소와 물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물을 기반으로 한 소낭(vesicle)이 인지질 이중층 세포막(phospholipid bilayer membrane)을 오간다. 각각의 세포는 이를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활동한다. 세포막에서 떨어져나와 만들어진 소낭이 ‘리포솜(liposome)’인데 리포솜이 저분자물질, 단백질, 약제 등을 운반하거나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는 고분자 물질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온다.
때문에 대부분의 천문학자는 태양 주위에 있는 행성 중 물이 있을만한 곳에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데 주력해 왔다. 물 없이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코넬대학교 연구팀은 매우 추운 지역에서는 생명체가 물과 관련된 화학 작용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시작은 저명한 공상과학(SF) 소설 작가이자 화학자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에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것(Not as We Know It)’이다. 이 글에선 물 없이 살아가는 생명 형태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연구팀은 토성의 거대 위성인 타이탄에 초점을 맞췄다. 타이탄은 메탄으로 된 방대한 호수와 강, 바다 등으로 뒤덮여있다. 액체 메탄의 온도는 화씨 영하 292로 매우 낮다. 파도가 일어나는 등 표면이 움직이고 태양계에 있기 때문에 산소 없이 살 수 있는 생명체를 구상할 땐 최적의 장소라는 설명이다. 타이탄은 이같은 특성 때문에 과학계에서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손꼽히는 장소다.
이후 연구진은 메탄 기반 극저온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게 세포막을 설계했다. 실제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려고 하는 것보다 새로운 종류의 세포를 만들어 물이 아닌 메탄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접근 방법을 채택했다. 화학자인 제임스 스티븐슨과 폴레트 클랜시 박사, 타이탄 전문가 조나단 루닌 박사 등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세포막을 액체 메탄 상에서 기능하는 작은 유기 질소 합성물들로 이론화했다. 이 세포막의 이름은 ‘아조토솜(azotosome)’으로 프랑스어 ‘azoto(질소)’와 리포솜을 합친 단어다.
아조토솜은 타이탄의 극저온 바다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소와 탄소, 수소 분자로 만들어졌다. 지구 생명체의 리포솜과 비슷한 수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분자 역학 원리를 활용해 세포막 같은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메탄 분자들을 선별해 화합물들을 만들었다.
이들이 발견한 가장 유망한 화합물은 ‘아크릴로니트릴 아조토솜(acrylonitrile azotosome)’으로, 지구 생명체의 인지질 세포막과 매우 유사한 유연성과 안전성을 자랑했으며 분해도 잘 된다. 아크릴로니트릴은 무색의 유독성 유기 합성 액체 분자로 아크릴 섬유나 수지 등을 만들 때 쓰는 화합물이다. 타이탄의 대기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차후 아조토솜을 비롯한 이 세포들이 실제 메탄 환경에서 움직일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주력할 계획이다. 재생이나 신진대사 등 유기 활동을 어떻게 해내는지도 알아볼 예정이다. 타이탄의 메탄 바다에 이 합성물을 보내 직접 검증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