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선 지금까지 몇 차례 생물이 같은 시기에 대량 멸종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하나는 지금부터 6,600만 년 전인 백악기 말 일어난 대량 멸종. 이에 따라 지구상에서 공룡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순식간에 멸종까지 몰고 간 원인은 운석이라는 설과 지구 규모의 화산 활동 발생설 등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데 미국 뉴욕대학 마이클 람피노(Michael Rampino) 박사는 암흑물질이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암흑물질이란 인간의 눈은커녕 광학기기로도 관측할 수 없는 물질이다. 전자기 상호 작용을 하지 않고 색전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암흑물질은 이제까지 사람이 관측에 성공한 적이 한번도 없다. 하지만 현재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이나 물리법칙만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 우주에는 수없이 많고 이런 사상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게 바로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 중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람피노 박사는 몇 년 전 혜성이 오르트구름(Oort Cloud), 태양계를 껍질처럼 둘러싸고 있는 가상 천체 집단에서 혜성이 날아와 지구와 충돌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오르트구름은 태양계를 공 껍질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여기에는 수많은 혜성이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람피노 박사는 오르트구름에서 운석이 날아왔다는 가설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영국왕립천문학회월간보고(MNRAS)에 발표한 최근 논문에선 대량 멸종의 원인이 운석 충돌이 아닌 암흑물질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암흑물질이 대규모 화산 활동의 원인이 된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암흑물질은 원자로 이뤄진 물질과 달리 원자와 중력에 의해 상호 작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끼리 당기는 힘의 영향으로 천문학자들은 곳곳에서 암흑물질이 존재하는 걸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 관측하지는 못했다. 은하 사진을 보면 중심에서 소용돌이 같은 원반에서 빛과 같은 게 퍼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 원반은 은하 원반이라고 부른다. 은하원반은 암흑물질의 중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람피노 박사는 최근 논문에서 지구가 위치한 태양계는 3,000만 년을 주기로 은하 원반을 통과하며 통과할 때마다 원반 부분의 중력과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람피노 박사는 암흑물질과 지구 사이의 상호 인력이 지구의 코어 부분에 암흑물질을 축적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 코어 부분에 암흑물질이 모이면 입자와 반입자가 쌍소멸해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암흑물질이 많이 모일수록 입자와 반입자가 쌍소멸을 일으키는 비율도 높아진다. 람피노 박사는 이런 큰 에너지는 대규모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데 충분한 수준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구의 핵심 부분에 몇 년에 걸쳐 축적된 암흑물질이 대소멸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대규모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서 공룡이 멸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암흑물질 외에도 지구가 은하원반을 통과할 때 암흑물질과 작용해 천체 궤도가 흐트러지면서 운석이 낙하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