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다운 과제 중심 장기 투자 연구개발로 대형 연구성과를 창출하겠습니다.”
박경엽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은 “톱다운 과제 중심 대형 과제 연구, 일몰형 하이브리드 연구조직 운영을 중심으로 오는 2018년까지 여섯 건 이상 대형 연구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 우선순위는 인류와 국가 사회에 둬야 한다’는 게 박 원장 기본 경영철학이다. 그는 “기관과 개인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금으로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만큼 인류와 국가사회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원장은 “임기 동안 정부 출연연다운 폭넓은 연구가치를 추구하고, 무엇보다 기업이 안 하거나 못 하는 분야 과제를 집중 발굴해 수행하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혁신적 연구풍토 개선을 목표로 △(산학연 협의회 운영을 활용한) 내실 있는 연구과제 기획 △(톱다운 과제 중심) 장기지원 대형과제 추진 △과제 종료 후 기획과제 기회 부여를 중점 추진한다.
그는 KERI 톱다운 과제와 성과에 높은 기대를 나타냈다. 현재 톱다운 과제가 대형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본사업 예산에서 30% 이상 우선 배정하고 있다.
KERI는 올해 대형성과 사례로 사업비 1600억원을 투자해 추진 중인 ‘4000㎹급 대전력 시험설비 구축’과 ‘나노카본유연전극 기술 개발’을 꼽는다. 오는 2017년까지 매년 두 개씩 총 여섯 개 대형 성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박 원장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대형 성과를 창출하고자 KERI 전체 사업 중 톱다운 과제에 우선 배정하는 예산을 2018년까지 현재보다 갑절가량 늘린 6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무지향형 하이브리드 연구로 대표되는 자율과 책임 강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 혁신에도 착수했다. 올해 들어 초전도케이블팀, 직축구동 전기자동차 개발팀의 두 개 하이브리드 연구조직을 신설했다.
하이브리드 연구조직은 대형 조직 이점은 유지하면서 한시적 조직 장점은 살려 연구팀 운영에 최대한 자율을 부여한 임무중심 일몰형 조직이다. 조직 체계상 특정 연구센터에 속하지만 하이브리드 연구팀은 운영과 연구활동에서 최대한 자유를 인정받고 팀장 또한 단위 조직 부서장과 동등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 이 조직은 해당 연구과제를 종료하면 해체돼 기존 센터에 남거나 새로운 연구에 투입된다.
-최근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펨토초 등 돋보이는 연구개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국가·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고 보다 많은 분야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성과다. 펨토초 레이저는 1000조 분의 1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폭을 가진 펄스 발생 레이저다. 초미세 가공기술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발광다이오드, 인쇄전자회로기판, 바이오 및 의료 분야 등에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기존 연구실 수준 연구결과를 산업현장에 구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초미세 레이저 가공장비 시장 문을 열게 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EMS 국산화로 순수 우리 기술로 국가 전력계통을 통합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전력공급을 24시간 계획하고 실시간 운영 및 관리하는 전력관제센터용 EMS로 우리나라 전력공급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고히 하고 전력수급과 대규모 전력계통 안정 운영, 대정전방지 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난해 취임과 함께 10년 중장기 비전과 단기 비전으로 ‘KERI 대형성과 창출시대’를 선언했다. 어떤 계획인가.
▲정부 출연연은 인류와 국가사회를 위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성과도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가치 있는 연구개발을 위해 기업이 안 하거나 못 하는 분야와 과제를 수행하도록, 또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때까지 장기 지원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공작기계용 정밀제어시스템을 비롯해 형광 전자내시경, 로봇용 초정밀 서보 모터, 노인친화형 스마트 보청기 등 19개를 KERI 톱다운 과제로 정해 집중 연구하고 지원한다. 톱다운 과제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대형 성과로 끌어올리는 게 최종 목표다.
-융합연구와 기술사업화가 출연연 화두다. KERI는 이 분야에서 어떤 활동과 결과물을 거두고 있나.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 지원과 성과 확산, 창업보육센터 운영 등을 전담하는 기술사업화부를 확대·신설해 운영 중이다.
일례로 정부 출연금 15% 이상을 중소기업 지원사업에 배분하고, 올해 기업 기술고충 해소를 목표로 ‘중소·중견기업 전산설계지원사업’을 시작했다.
한전을 비롯해 국내 대기업 납품이나 해외 수출에서 제품 해석결과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사업으로 중소기업은 수요자가 요구하는 해석 리포트를 얻을 수 있다.
-정부 출연연 본연 역할, 그 속에서 KERI는 어떤 책임과 기능을 수행하고 어떤 성과를 나타내야 하나.
▲KERI는 25개 출연연 중 2013년 기술료수입 82억원과 연구생산성 14.72%로 최상위 수준을 나타낸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제대로 된 과제 및 책임자 선정, 관리 및 통제보다는 자율과 책임 부여, 연구원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최근 정부 출연연은 낮은 연구생산성, 대형성과 창출 미흡, 인력의 고령화, 무사 안일주의 등을 지적받는다. 출연연의 임무는 과학기술적 성과로 국가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임무는 부담이 아닌 연구원 개개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 연구원이 보다 도전적이고 가치 있는 과제를 발굴해 전력을 기울이고 은퇴할 때는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만한 성과를 얻었으면 한다.
데카르트는 ‘나는 의심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했다. 매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하고, 새롭게 시도하고, 발전된 대안을 제시할 때 개개인은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연구원의 비전과 발전방향은.
▲2018년까지 KERI 대형성과 창출시대를 열겠다.
가치를 창조하는 세계 일류 전기전문 연구기관을 비전으로 △인간의 편리한 삶, 행복한 삶, 건강한 삶, 풍요로운 삶 실현 △과학기술과 국가발전에 기여 △2025년까지 세계 일류 전기전문 연구기관 달성 △2018년까지 본격적인 대형 성과 창출시대 개막이 중장기 비전이다.
2017년까지 나노카본 유연전극 응용기술, 4000㎹A 대전력 시험설비 구축, 의료용 펨토초 레이저 기술, 국가 전력망 신뢰도 감시 및 계획 기술 등 여섯 대형 연구개발 성과를 도출하겠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