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ESS 투자회수 기간 빨라진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후운영에 따른 투자 회수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전자신문이 지난해 7월 가동에 들어간 LG화학 익산공장 ESS의 실제 운영 효과를 분석했다. 원가 이하의 낮은 전기요금과 고가의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국내 회수 기간은 14년이 걸리지만 같은 설비를 다른 나라에 적용했을 때 회수 기간은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와 다른 전기요금 체계가 투자 회수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전 세계 국가의 전기 요금이 꾸준하게 상승하는데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맞물려 투자 회수 기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LG화학 익산공장의 ESS 구축 효과를 바탕으로 전기요금 체계가 다른 국가의 효과를 분석했다.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LG화학 익산공장의 ESS 운영센터.
지난해 7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LG화학 익산공장의 ESS 운영센터.

◇연간 6억원 절감하는 익산공장

LG화학 익산공장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22.7㎿h급 ESS가 구축돼 지난해 7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여기에 담을 수 있는 전기는 일반 가정 2300가구(4인 기준)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익산공장 ESS는 전력 피크 시프팅(Peak Shifting)용으로 주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시간대 전력을 저장한 후 요금이 비싼 피크 시간대 꺼내 사용한다. 국가 전력수요 안정화를 위해 비싼 전기요금 시간대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 심야의 값싼 전기를 낮 시간에 사용하는 원리다. 이 때문에 사업장의 전기요금 절감은 물론이고 국가 전력 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LG화학 익산공장은 최근 6개월간 약 2억700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했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여름철 요금을 고려하면 연간 6억원 절감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낮 시간대 산업용 전력요금은 1㎾h당 최고 150원, 심야 요금은 50~60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ESS를 운영하는 것만으로 평소보다 세 배가량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LG화학 익산공장은 밤 11시부터 아침 9시까지 전기 요금이 낮은 시간대 전기를 충전했다가 전기 요금이 높은 낮 시간대에 충전한 전기를 생산시설에 사용했다. 월 평균 약 47만㎾h의 전력을 충전해 일부는 자체 사용하고 45만㎾h의 전기를 아껴 4500만원을 절약했다. 1㎾h당 50원의 전기를 100원이 넘는 가격으로 시장에 판매한 효과와 같다. 이 같은 경제적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7%가량 오른 반면에 ESS용 중대형 리튬이온 이차전지 가격이 매년 10%가량 인하되기 때문이다.

조현태 LG화학 익산공장 공무팀 부장은 “지난해 7월부터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충·방전 가동을 진행한 결과 3억원의 가까운 전기요금을 절약했다”며 “올해 절감분은 약 6억원으로 향후 전기요금 인상분을 고려하면 연 9억원 이상 절감도 가능하며 정부의 전력 수요자원(DR) 시장에도 참여해 수익까지 낼 것”으로 기대했다. LG화학은 익산공장 ESS의 다양한 실증을 통해 시간대별 전기요금 격차에 따른 전력의 저장 및 사용 등에 대한 최적 사업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영국 투자 회수기간 더 빨라

LG화학 익산공장 22.7㎿h급 피크 시프팅용 ESS는 연간 약 600만㎾h의 전력을 담을 수 있다. 여기에 효율적인 충·방전 관리로 연간 6억원의 전기요금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국내보다 전기요금이 비싸거나 최대 부하(낮시간)-경부하(심야시간) 간 요금 격차가 큰 다른 나라에 적용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더욱 크다.

국내에서 10㎿h의 중대형 ESS를 설치하면 투자 회수기간은 현재 14년이다. 하지만 2019년이면 10년 이내로 줄어든다. 반면에 영국은 현재 11년에서 8년, 전기요금이 비싼 일본은 현재 7년에서 5년으로 각각 투자 회수기간이 짧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본 동북전력의 시간대별 전기요금제 중 ‘S요금’을 사용하는 사업장이나 상업시설에 ESS(10㎿h급)를 설치하면 연간 9억원에 가까운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1㎾h당 전기요금이 국내와 비교해 두 배정도 높은데다 최대 부하-경부하 간 요금 폭이 약 250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약 100원의 차이가 나는 국내 환경에 비하면 절약 폭이 더욱 크다. 영국 역시 국내와 비교하면 전기요금과 최대 부하-경부하 간 요금 차이는 30%가량 높다. 이 때문에 일본과 영국은 투자 회수 기간이 각각 7년, 11년이다. 여기에 최근 5년간 전기요금 인상률과 배터리 가격 인하율을 적용하면 오는 2020년께 국내 투자 회수기간은 9년인 데 비해 일본과 영국은 각각 4년, 8년이면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ESS는 20년 이상 운영되도록 설계돼 있어 국내보다는 유럽·일본 등 전기요금이 비싼 해외 선진국에서 시장성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개발도상국을 포함해 대다수 국가의 전기요금은 매년 1~3% 인상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에너지부(DoE)가 최근 전망한 리튬이온 이차전지 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년 10%씩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S와 같은 중대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전지가 올해 약 1만달러에서 2021년 5000달러(약 500만원)로 연평균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전문가는“ESS가 지금의 배터리 가격과 전기요금 환경에서는 경제성이 부족해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해외 선진국의 경우 투자 회수기간이 더욱 짧아 국내 관련 업체들이 이 시장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크 시프팅은 기본, ESS 수익모델 무궁무진

LG화학 익산공장에 설치한 피크 시프팅용 ESS보다 수익성이 높은 다양한 사업모델이 미국과 일본에서 최근 유럽·동남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단순하게 남은 전력을 저장했다, 전력피크 때 꺼내 활용하는 피크 시프팅용뿐 아니라 각종 융합 모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ESS 시장은 ICT와 전력제어 산업이 융합되면서 가정·산업용부터 신재생에너지, 대규모 송배전망, 전력수요자원시장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전력망에 기반을 둔 국가전력망 고도화 차원에서 주파수조정(FR)용 ESS 시장이 지난 2013년부터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정·상업시설 등 민간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독일 등지에서는 전력피크 억제와 독립형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꾸준하게 늘고 있다. 동남아지역 국가에서는 분산형 발전으로 ESS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독일은 지난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축소하면서 ‘신재생+ESS’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며 시장 활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중국도 최근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몽골, 신장, 하이난 등에서 대규모 신재생+ESS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최근 한국전력이 FR용 ESS 구축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감당했던 FR를 ESS로 대체한다면 화력발전소를 추가 운영하지 않고도 150만㎾ 발전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 증설을 피하고, 경제성도 높아 미국 등 국가에서 이미 대형 ESS를 FR로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와 함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품질이 불안정한 문제도 ESS가 해결하는 등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설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최근 국내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열리면서 ESS 운영을 통해 아낀 전기를 시장에 내다팔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정부가 주로 디젤발전기로 운영되는 비상발전기를 ESS로 대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시장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한 전문가는 “ESS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사회적 편익도 높지만 여전히 설치비용이 높아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 또한 사실”이라며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낮추고 ESS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더해지면 에너지 시장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1】피크 시프팅(Peak Shifting)용 ESS 투자회수 기간 시뮬레이션(마감 환율:2월 27일)

*전기요금은 최근 5년 인상률을 적용해 향후 10년간 추정한 요금 평균값

*영국은 Southern Electric의 Multi-rate Electric 중 ‘Standard Economy 7’ 요금 기준

*일본은 동북전력 시간대별요금 중 ‘S요금’ 기준

【표2】설치연도별 ESS 투자회수 기간 시뮬레이션(매년 배터리 가격 10% 하락률 반영)

*표1과 동일 조건에 배터리 가격 하락폭 반영

【표】LG화학 익산공장 ESS 설치효과(2014년 6월 가동) (자료:LG화학)

【표】LG화학 익산공장 ESS 월별 충·방전량(2014년 6월 가동 후 월별) (자료:LG화학)

[이슈분석]ESS 투자회수 기간 빨라진다

[이슈분석]ESS 투자회수 기간 빨라진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