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갈길 먼 국내 ESS 시장제도

[이슈분석]갈길 먼 국내 ESS 시장제도

ESS의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챈 글로벌 선진국들은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각종 제도에 가로막혀 기업들의 실적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 2012년부터 ESS 설치 보조금 사업을 추진하며 파나소닉·NEC 등 일본 주요 IT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전자업계에 빼앗긴 가전·소형 이차전지 시장 탈환에 ESS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이차전지 산업을 전폭 지원하는 등 ESS를 확대해 부족한 전력을 대체하는 다양한 사업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세계 최초로 각각 2014년부터 공급 전력의 2.25%, 오는 2020년까지는 5% 의무설치를 골자로 규제를 제정했고 유럽은 이미 ‘Sol-ion’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20년까지 유럽 내 태양광 발전 시설의 12%의 ESS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산업화 전략(K-ESS 2020)을 수립해 ESS 저장 기술 개발·설비 투자를 통해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를 받쳐주기엔 국내 시장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게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는 정부가 ESS 보급 확산을 위한 법 규정 및 지원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ESS를 발전자원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을 꼽는다. 현재 ‘전기사업법’에 ESS가 발전원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ESS를 통해 저장된 전력은 전력거래 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디젤과 가스터빈 발전기 외에 ESS를 비상발전기로 인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방법상 화재, 정전에 대비해 일정 규모 이상 대형 건물에는 비상발전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디젤 발전기나 가스터빈 발전기로만 국한돼 있어 ESS 활용이 사실상 제한된다. 기존 발전기에 비해 정비 요소가 현저히 작아 유지·관리가 쉽고, 설치 장소에 제약이 적어 공간 활용에 유리하지만 제도에 가로막혀 시장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공공부문 및 전력다소비 기업에 대한 의무화와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전기다소비 사업장에 ESS 설치를 지난해 6월부터 권장하고 있지만 초기 투자비가 높아 실제 설치율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ESS 설치 실적을 점검, 설치실적 부진 시 단계적인 의무화와 함께 ESS 시장 활성화를 위해 ESS 설치 수요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가는 실적 확보를 위해 정부와 업체가 ESS 기반 사업모델 개발을 앞다퉈 추진 중”이라며 “우리가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경제성을 따지는 시장원리가 작동하기 전에 한국의 ESS 산업은 길을 잃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