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지원 서류를 되돌려주는 ‘채용서류 반환제’가 올해 도입됐으나 업계 준비는 미흡하다.
대기업조차 상당수가 이를 준수하지 않아 이번 주 시작되는 상반기 채용 시즌에 혼선이 우려된다. 지난해 제출한 서류를 돌려받아 활용하려 한 구직자 불편이 예상된다.
전자신문이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2월 기준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 상위 30개 민간기업을 조사한 결과 삼성, SK, 현대중공업, 한진(대한항공) 네 그룹만 채용서류 반환제를 안내하고 있었다.
민간·공기업 통합 30위권 내에서는 공기업 8곳 중 한국수자원공사만 이를 따랐다. 지난해 전형 탈락자가 올해 구직활동에 기존 서류를 재활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정 채용절차법에 따르면 기업은 구직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14일 이내에 채용서류를 돌려줘야 한다. 반환청구기간은 채용 여부 확정일로부터 14~180일로 기업이 정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건당 최고 30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은 지난 1월 개정안을 적용받기 시작했다. 300명 미만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내년부터 순차 적용된다.
법안 개정은 구직활동에 필요한 서류 마련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어학 성적표 발급과 메이크업이 필요한 사진 촬영 등 10만원 안팎 지출이 발생한다. 구직자 부담 경감 차원에서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삼성은 지난 1월 채용 홈페이지(careers.samsung.co.kr) ‘채용공고’에 서류 반환안내를 상시화했다. 법률에 따라 최종 발표 후 180일 안에 신청하는 구직자에게 전액 사측 부담으로 반환한다. SK, 현대중공업,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반환신청이 없는 서류는 회사별로 정한 기간 뒤 자동 폐기된다.
다른 기업도 상반기 공개채용과 함께 이를 시정할 계획이다. LG는 상반기 공개채용부터 전형 탈락자에게 ‘서류폐기 동의 메일’을 발송한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지원서 작성부터 반환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LG 관계자는 “파일로 온라인 접수한 서류는 전형결과 통보와 함께 지원자가 재지원 등을 감안해 파기 여부를 고르도록 할 계획”이라며 “실물 접수분은 개정 법률에 따라 180일 내에 신청자에게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도 “구직자 부담을 덜고자 원본이 대조된 사본만 접수하고 있으나 이것도 개정 법률에 따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