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글로벌 시험인증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 시험인증 능력도, 눈으로 보이는 매출 성과도 모두 두 배 이상 성장하는 ‘더블 KTC’가 목표입니다.”
최갑홍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원장은 내부 업무 프로세스부터 시험실 구조와 건물 외관까지 새롭게 탈바꿈했다. 국제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 시험인증 업무 핵심인 사람과 설비, 환경을 새롭게 구축했다는 의미다.
정확한 시험환경 조성을 위해 지금껏 혼재돼 있던 시험실과 사무실, 시료실을 구분해 리모델링했다. 효율적인 동선 마련을 위해 장비를 모두 들어내고 시험실 구조를 개선했다. 건물 안쪽에 자리했던 민원실도 앞쪽으로 옮겼다. 고객이 신뢰를 갖고 편하게 시료를 맞길 수 있도록 은행 창구처럼 깨끗한 모습으로 단장했다.
해외 시험인증기관에 뒤지지 않는 설비를 갖추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147억원을 설비 투자했다. 인력도 대폭 충원해 작년 102명을 신규로 뽑았고 올해도 76명을 채용해 3월부로 발령했다. 업무역량 향상을 위한 스터디도 모든 센터가 일주일에 한 번씩 하도록 해 미준수 시 강력한 인사조치를 전제로 3개월마다 점검한다.
최갑홍 원장은 “10%, 20% 성장은 굉장히 어렵지만 100% 성장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며 “지금까지 일하던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관점으로 도전하기 때문”이라고 전면 리모델링 배경을 설명했다.
오는 9일에는 시험인증 업계와 산업계 관계자, 고객을 초청해 KTC 위크(Week)를 연다. 그동안 이룬 혁신사례를 공유하고 시험인증 산업의 미래 비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최 원장은 특히 ‘신뢰’ 중요성에 거듭 무게를 실었다. 지난 1년간 전 직원이 고생한 것은 단순히 성과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최 원장은 “사업성과 공공성 두 가지 상반된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 시험인증기관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는 셈”이라며 “신속하고 정확한 결과로 고객 신뢰를 쌓으면 KTC 평판이 올라가고 평판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성과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KTC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지난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올해 특히 주력하는 사업 분야가 있다면.
▲기계계량과 화학환경, 전기전자 등 KTC 기본 핵심역량은 굳건히 가지고 가면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산업 분야에 대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 집중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다. ESS 분야 종합형 인증기관이 되기 위해 충청북도 음성에 세계 최고 수준 대용량 ESS 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정보보안과 소프트웨어 분야 관련 CC인증과 유원지 놀이공원 등 유기시설 안전인증, 어린이 장난감, 녹색 건물인증과 고효율 건물인증, 에너지 관리부문 등 전통적 시험인증 산업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로 업무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또 시험인증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시험인증 산업의 글로벌화 관련, 실제로 해외진출 사례나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이 있나.
▲중국은 전기전자 분야 60% 이상이 선전에 집중돼 있다. 이를 감안해 최근 KTC선전지사를 KTC차이나로 승격해 파견관 지위도 향상시키고 인력도 강화했다. 상하이 지사도 신설했다. 추가 협력 시험소도 적극 확보, 5개 이상 추진해 협력 시험소를 이용한 현지 CCC 직접 인증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표준화기구 SASO 전자파 시험실, 전력청 전력량계 시험소 구축에도 참여한다. KOICA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 일환으로 볼리비아, 페루, 우즈베키스탄, 에콰도르, 이라크 등 시험인증 기반 구축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미래 업무 협력과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제적 네트워크로 17개국 31개 기관과 업무협력을 맺었다. 수치상으로 가장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상호 연계는 가장 잘 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우리가 시험한 성적서가 현지서 인정되도록 다각도 협력 관계를 진행한다.
-국내 시험인증 산업이 국제적 인지도가 낮고 경쟁력도 부족한 편인데 고도화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결국 시험인증 핵심은 사람과 설비, 환경이다. 그 중 설비는 돈이 있으면 누구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시험 연구자 전문성과 연구 환경 신뢰성이다. 시험인증 국제화란 시험자 전문성과 시험 측정환경이 국제화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 내구성 시험을 할 때도 적절한 온도와 환경을 완벽히 갖춰야 신뢰할 만한 평가 결과가 나온다.
더 중요한 점은 정부 입장에서 제도 선진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험연구 산업 특성상 기관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럽 등 현지 제도 문제로 인해 국내 시험인증 시장을 해외 기관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실상 국내 기관 설비와 환경이 더 우수해도 제도 장벽으로 인해 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길을 기업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도 많다.
-국내에는 삼성, LG와 같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있다. 시험인증 산업 글로벌화에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우선 시험인증 업무를 글로벌 스킴(scheme·구조)으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기준을 하나로 만들고(원스탠더드), 어디에서든 한 번만 테스트하면 모든 곳에서 통용되는(원테스트)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 업계는 힘이 약한 편이지만 시장에 영향력이 있는 글로벌 기업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시험인증 관련 국제표준화 활동, 적합성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또 우리 KC마크 자체를 명품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인증제도를 우리 무역정책, 산업정책과 연계해 나가야 한다.
◇2015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핵심 비전 ‘신 3정 5S’
“단순 시험인증 업무를 넘어 시험인증 비즈니스 기관으로 역할 모델 정립할 것.”
KTC는 2013년 최갑홍 원장 취임 이후 기존 시험인증 기관 한계를 넘어 시험인증 관련 서비스 전반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관을 찾은 고객이 시험인증 절차를 밟아나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고충을 함께 해결하는 서비스 산업으로 역할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업무 혁신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최 원장이 새로 정립한 ‘신 3정 5S’다. 기업 생산현장에서 경영 혁신을 위해 많이 활용하는 ‘3정 5S’(3정:정품·정량·정위치, 5S: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를 시험인증기관에 맞춰 이른바 ‘신 3정 5S’로 재정립해 적용했다. 시험인증은 정확하게, 개인은 정직하게, 업무는 정도를 걷는다는 의미의 3정과 스마트·스피디·스터디·세이브·서브의 5S다.
스마트한 업무 운영을 위해 우선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생산성 혁신에 활용한 적기 적정량 생산의 ‘도요타 시스템’을 응용했다. 혼재돼 있던 업무를 각 전문영역으로 분장했다. 시험인증 담당자는 시험인증을 전문적으로 하고 미비점이 발견된 시료는 고객에게 반려하는 것이 아닌 불량 대응을 하는 직원이 문제점을 함께 찾아주고 대응방안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시험인증이 끝나면 인증서만 담당해서 작성하는 직원도 별도로 있다. 업무 전문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다음은 스피드다. 민원인들의 사업 일정에 차질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업무 진행 시간 단축에 공을 들였다. 올해 KTC의 마케팅 핵심 요소다. 셋째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스터디다. 센터별로 매주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한 스터디와 세미나를 열고 이를 내부 전산망에 공개하도록 했다. 일정 수준의 스터디·세미나 일정을 충족하지 못하는 센터는 단호하게 인사 조치할 예정이다.
넷째 세이브는 비용과 시간에 대한 부분이다.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막고 업무 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수기로 작성하던 출장공문을 모두 전산화하고 보안시스템을 지문인식으로 바꿔 출퇴근 관리를 엄격하게 했다. 유연근무제를 적용해 시험 설비 가동률도 높였다.
마지막 다섯째는 서버다. KTC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협력기관이 모두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서버’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은 “해외 시험인증기관 관계자도 ‘신 3정 5S’ 개념에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다”며 “시험인증 비즈니스 기관으로 역할모델을 정립해 고객과 협력기관, 유관기관 모두가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갑홍 원장은
최갑홍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원장은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는 드물게 어려운 기술적 개념을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요약정리 달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기술표준, 시험인증, 품질경영 중요성과 역할, 기업경영 전략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의와 기고로 알리며 ‘표준 전도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공공정책학분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기술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기술고등고시 13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산업부, 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근무하며 산업과 정보통신, 과학기술 등 산업과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 산업부 기술표준원장을 역임하며 국가기술표준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고 한국표준협회장으로서 표준보급의 현장 경험도 쌓았다. KTC 원장 취임으로 표준 기반 시험인증 업무 수장을 맡아 기술표준 정책과 표준 보급 확산, 적합성 평가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경험한 사실상 첫 CEO라는 평가다.
최 원장은 국제표준화기구(ISO) 파견근무를 경험한 이후 한국인 최초 국제표준화기구 수장을 목표로 국제표준화 활동에도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2006년부터 2년간 ISO 이사를 역임했고 2011년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총회에서 정책이사로 피선된 후 작년 도쿄 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표준화기관 ASTM 정책이사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ASTM 이사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는 2018년 서울에서 개최 예정인 IEC 총회에서는 IEC 회장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2013년 7월 KTC 원장으로 취임해 KTC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시험인증 능력 2배, 매출 규모 2배, 원가절감 2배를 목표로 ‘더블 KTC’를 설정했다. 지난 1년간 혁신한 역량을 바탕으로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임직원과 함께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