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고 하지만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작년 초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는 출범 후 처음으로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직무대행을 맡게 된 상근부회장은 이 말을 던지며 심경을 토로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최근 협회는 2015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협회는 여전히 추운 겨울을 떨쳐내지 못했다.
IT서비스산업은 전체 시장규모가 20조원에 이른다. 산업을 구성하는 기업 수도 100개가 넘는다. 여기에는 매출 8조원에 이르는 삼성SDS도 포함된다. 이를 대표하는 곳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다.
협회는 올해도 회장을 추대하지 못했다. 상근부회장이 지난 한 해 동안 12개 회원사에 회장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0개사는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나머지 2개사도 논의 중일 뿐 확답을 하지 않는다. 회원사가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장직을 꺼린다.
회원사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업계 구조에서 해답을 짐작할 수 있다. IT서비스업계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계열사와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명확하게 나뉜다. 상호출자제한집단 계열 IT서비스기업 간에도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구분된다. 이들 기업 요구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다.
그동안 협회는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어느 쪽 요구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했다. 협회는 각각 요구를 일부씩 수용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반면에 각 기업은 협회가 어느 쪽 요구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대상 의견 개진에도 소극적이다. 이는 회원사 참여를 저조하게 만든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협회는 회원사 회비가 부족했다. 때문에 상당수 수익을 정부 발주 연구용역 사업으로 충당했다. 정부를 대상으로 수익을 만든 셈이다. 적극적 의견개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협회는 회원과 협회운영에 대한 명확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시행할 방안도 제시해야 할 때다. 많은 회원사가 협회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