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분쟁광물규제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 내년 규제 강화로 미국 기업 선제적 대응에 따른 여파다. 수출 기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5일 한국무역협회·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등 유관단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출업체 분쟁광물규제 문의가 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확인되지 않음(Undeterminable)’ 답변이면 종결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다.
내년부터 제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올 5월 제출 보고서에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음’으로 기재한다. 하지만 대기업의 내년 5월 보고서에는 이런 관행이 금지된다. ‘사용’과 ‘미사용’으로 답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 수입업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우리 수출 중소기업 대부분이 재료·소재 등을 해외에서 들여오는데 이게 분쟁광물인지 추적이 힘들다는 점이다. 홍상수 무역협회 통상협력팀 차장은 “재료 공급처에서 분쟁광물인지를 알려주지를 않는다. ‘사용하려면 하고 싫으면 말라’는 곳도 있다”며 “결국 미국 수입업체에 분쟁광물인지를 알려주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결국 지난달 미국 국무부에 분쟁광물 제도 규제 강화 유예 등을 골자로 건의문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확인되지 않음’ 조항 삭제 시행 추가 유예기간 마련 △가이던스(지침) 구체적 명시 △분쟁광물 극소량 포함 시 제외 등을 담았다.
업계는 우리 기업 수출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대외협력기금(EDCF) 등을 이용해 우리 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제련소가 분쟁광물 미사용 인증을 받도록 유도하는 게 하나의 해법이다. 분쟁광물 미사용 인증에는 초기에만 5000~1만달러가 소요된다. 비용 때문에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는 제련소 상당수가 인증을 받지 않았다.
김대성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환경에너지센터 차장은 “약 500곳 제련소 가운데 인증된 곳은 148곳에 불과하다”며 “뒤늦게 인증 제련소에서 광물을 조달하거나 이곳 광물을 쓰는 기업 부품을 조달하려면 가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분쟁광물은 DR콩고·남수단·르완다 등 분쟁지역 10개국에서 생산되는 주석과 탄탈룸, 텅스텐, 금 4종을 말한다. 반군 자금으로 유입돼 인권유린 등 문제를 야기해 이 지역 분쟁광물 사용을 막는 취지다. 미국은 모든 상장사에 2013년 연차보고서(2014년 5월 제출)부터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보고하도록 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