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걸리던 나노패턴 30분만에 새겨` 김태성 UNIST 교수팀, ‘크랙-포토리소그래피’ 나노공정기술 개발

나노 단위의 균열(crack)을 조절해 세밀한 무늬를 새길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김태성 UNIST 기계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이하 김 교수팀)은 반도체 등에 미세 패턴을 그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초미세 균열을 인위적으로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10일 정도 걸려 완성했던 나노 패턴을 단 30분 만에 만들 수 있다. 균열의 길이와 두께 등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10일 걸리던 나노패턴 30분만에 새겨` 김태성 UNIST 교수팀, ‘크랙-포토리소그래피’ 나노공정기술 개발

현재 미세 패턴은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그린다. 빛에 반응하는 물질을 바른 뒤 원하는 무늬를 새긴 마스크로 덮은 후 자외선(UV) 등을 쬐어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빛을 받은 부분만 딱딱해져 나머지 부분은 현상액 등으로 깎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마이크로(㎛, 1㎛=100만 분의 1m) 단위까지만 무늬를 그릴 수 있다. 나노(㎚, 1㎚=10억 분의 1m) 단위의 무늬는 전자빔 식각 등 고가의 장비를 써야 하고, 그래도 제작 면적이 좁고 처리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김 교수팀은 포토리소그래피 과정을 그대로 쓰면서 나노 단위의 무늬를 새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에 마이크로 단위의 원형이나 삼각형 등 다양한 구조체를 만들어 넣어 균열의 시작과 끝, 방향을 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쪼여주는 빛 에너지의 양에 따라 균열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 성과의 특징이다.

기술 적용 과정을 보면 먼저 무늬를 새길 물질의 윗부분을 딱딱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빛을 쬐어준 뒤 현상액에 담는 순간 아랫부분이 부풀고 윗부분에는 틈이 생긴다. 부푸는 동안 모든 방향으로 동일한 힘이 작용한다. 이 때 넣는 마이크로 구조체의 모양에 따라 무늬를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

특히 고가의 나노공정 장비 없이 포토리소그래피 공정만 이용해 마이크로-나노 단위의 복합적인 무늬를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100원짜리 동전 면적에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새기는데 성공했다.

김태성 교수는 “이 기술은 기존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나노공정의 새로운 대안이다. 소재는 물론 기계, 전기, 전자, 바이오, 화학, 환경, 에너지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2월 18일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