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광주과학기술원)는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과학특성화대학이라는 사실을 한치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GIST도 이제 지역사회 발전과 산업발전, 국가경쟁력 강화 등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오는 11일 취임식을 앞둔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GIST의 성장 모멘텀을 소통과 팀플레이 정신에서 찾는다. 축구경기에서 ‘메시’ 같이 개인기가 특출 난 선수 한 명보다는 기량은 다소 떨어져도 패스와 팀플레이가 가능한 선수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이른바 ‘게임의 법칙’이다.
GIST 연구역량은 세계 정상급이다. 지난해 GIST는 QS세계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 세계 4위에 올랐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특히 공동연구와 지역사회 소통 등 대외협력 분야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아시아문화전당 개관, 광주전남혁신도시,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문화기술연구소 등 지역발전과 대형프로젝트에 대한 대응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GIST 내부 교수 간 소통과 협업도 미흡한 편이다.
“내부경쟁이 가열되면 반드시 한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섬 현상’이 나타납니다. GIST가 설립 20년이 지났는데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구성원 모두 이해와 양보를 밑거름 삼아 ‘GIST 협업(collaboration)’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문 총장은 우선 전남대 등 지역대학과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큰 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포석이다.
취임과 동시에 처장단 인사부터 했다. 4개월 가까운 총장 공백상태와 감사원 감사 등으로 뒤숭숭했던 교내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다. 당분간 부총장은 공석으로 두고 다음 달 팀장 등 후속인사를 통해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스스로도 집무실에 앉아 있기보다는 중앙부처와 연구현장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발전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
문 총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첨단산단에 GIST가 들어설 때 함께 힘을 모으던 초창기 멤버다. 별명은 ‘조용한 카리스마’다. 부원장과 원장직무대행 등을 거치며 행정력과 연구력, 대외협상력 등은 검증 받았다. 사석에서도 ‘큰소리’ 한 번 없지만 합리적 일처리와 논리적 사고, 원만한 성품으로 침체된 조직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 총장은 “올해 GIST가 2회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학생 수준이 많이 향상됐음을 피부로 느낀다”며 “연구중심대학이다 보니 자칫 교육에 소홀할 수 있지만 ‘교육 51%, 연구 49%’의 황금률을 정해 우수인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의 공정성과 사회적 기여도 강조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상용화가 안 된다면 ‘반쪽’에 그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 등 IBS 기초과학연구단도 추가 유치할 계획이다. 올해 주력 연구분야는 지구과학과 생물 프로젝트다.
문 총장은 또 ‘우수교수, 학생 유치를 통한 교육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뼈를 깎는 혁신과 목표설정, 기금확보, 제도개선을 위한 마스터 플랜도 제시할 계획이다.
문 총장은 “‘친환경자동차산업 메카’를 슬로건으로 내건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미래먹거리를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며 “GIST가 보유한 로봇, 센서, 에너지, 정보통신 기술들을 수소연료전지차와 접목해 창조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등광기술연구소를 비롯한 CT연구소, 광주과학기술응용연구소,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등 GIST 내 부설 연구기관이 중심이 돼 최신 기술과 트랜드에 대응해야 한다”며 “조직진단과 성과 등을 면밀히 분석해 발전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