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무의식 속 위험한 암시···`대 최면술사`

정신과 의사 쉬 루이닝은 최면술로 환자를 치료한다. 어느 날 귀신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환자 렌 샤오옌이 찾아온다. 하지만 쉬는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정신과 진료를 지속한다.

대 최면술사 포스터
대 최면술사 포스터

쉬는 최면으로 렌의 잠재의식에 들어가 마음 속 상처를 치료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문제 원인은 밝혀내지 못하고 오히려 렌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에 출품된 ‘대 최면술사’다.

그동안 최면은 다양한 영화·드라마의 소재로 활용됐다. 특정 인물의 무의식에 들어가 암시를 준다는 설정으로 스릴러 작품에 자주 등장했다.

최면의 기원은 기원전 10세기 고대 이집트와 바빌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종교의식을 위해 최면과 유사한 행위가 이뤄졌던 것으로 추측됐다. 그리스, 페르시아, 아프리카, 인도, 중국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됐다. 영국·미국 의학협회는 지난 1950년대부터 최면요법을 합법적 의료행위로 인정했다.

진영수 서울아산병원 박사가 지난 2010년 발표한 ‘통합의학에서 본 심신의학’에 따르면 최면요법은 현대의학의 일부로 간주된다.

진 박사는 “여러 치료사가 최면에 관해 불확실한 개념을 갖고 있다”며 “이들이 서로 다른 성향과 상반된 방식의 치료법으로 활용하고 있어 (최면에 관해) 단순히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면은 이완·가수면 상태라는 의미를 포함한 ‘인위적으로 유도된 마음 상태’로 볼 수 있다. 의학계는 통상 피최면자의 심리 상태를 ‘몽환상태(Trance State)’라고 한다.

진 박사는 “몽환상태는 (피최면자가) 깨어 있지만 주변 환경에 관한 관심이 유리되고 느낌·생각·상상 등 내적 경험이 함몰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최면요법은 △선암시 △암시 △최면 후 암시 단계로 진행한다. 선암시는 피최면자가 다음 단계 암시를 쉽게 받아들이도록 무의식 상태를 드러낸다.

암시는 최면의 목적을 주입하는 순서다. 피최면자에 질문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억을 회상시키기도 한다. 대 최면술사, 올드보이 등 영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장면이다. 최면 후 암시는 피최면자의 무의식에 암시한 새로운 행동들이 실제로 나타나는 단계다.

최면요법은 금단현상을 줄여 금연·금주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장애, 우울, 불안, 공포 등 심리 상태를 치료하는데 효과를 나타낸 사례도 보고됐다. 의학계는 치료자가 환자를 깊은 무의식으로 안내해 특정 지시 내용(암시)을 전달한 것이 치료 효과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최면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서로 다른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치료자가 피최면자에게 위험한 암시, 가짜 기억 등을 주입할 수 있다며 최면요법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최면요법의 명확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은 현대 의학계 숙제로 남아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