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판매량 30년만에 ↓...도시가스업계 `보릿고개`

일본과 함께 세계적인 소비량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이 30년 만에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동절기 기온 상승으로 난방용 수요가 부진한 것도 있지만 경기 침체로 산업 수요가 줄어든 것이 크게 작용했다. 수년째 신규 수요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은 도시가스 업계는 장기 침체 우려가 더 깊어졌다.

8일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지난해 우리나라 LNG 판매량이 전년 대비 7.8% 줄어든 230억3357만㎥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간기준 LNG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85년 이후 처음이다. LNG는 지난 1980년 이후 취사·난방·산업용 연료로 수요가 꾸준히 늘었다. 전년 대비 수요가 0.9% 늘어나는데 그친 지난 2009년을 제외하면 매년 한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온 상승, 유가 하락 등 이유로 LNG 소비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판매량이 전년 대비 8.8% 감소한 105억3835만㎥, 지방이 6.9% 줄어든 124억9521만㎥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LNG 수요 절반을 차지하는 가정용 사용량이 급감하며 전체 판매량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가정용 수요는 7.6% 줄어들어 역대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 수요철인 동절기 기온이 예년에 비해 상승하면서 사용량이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이유로 분석됐다. 통상 우리나라 LNG 수요 30~40%가 겨울철에 집중된다. 하지만 최근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난방 사용 시간이 짧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 평균기온은 0.4도로 평년(0.3도)보다 0.1도 높았다. 가장 추운 1월 평균기온도 0.5도로 평년(-1.0도)보다 1.5도나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 이어진 유가 하락도 LNG 수요 감소를 부추겼다. 유가하락으로 대체재인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산업용 LNG 수요는 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LNG 사업자인 도시가스업계는 장기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사인 삼천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7.6% 줄었다. 경동도시가스, 서울도시가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78억3700만원과 7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96%, 47.9% 급감했다.

최근 겨울철 기온이 지속 상승하고 있고 신규 수요처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앞으로도 실적 개선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도시가스 기업 한 관계자는 “최근 경영진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원가 절감 및 신규 수요처 개발 등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LNG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감소한 수요를 대체할 소비처를 찾기 쉽지 않아 당분간 경영환경이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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