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10대 그룹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청와대나 장차관 등 정부 고위직,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재벌닷컴은 9일 10대 그룹이 올해 주총에서 신규나 재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47명(39.5%)이 전직 장차관, 판검사,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이라고 밝혔다.
직업별로는 정부 고위직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판검사(12명), 공정위(8명), 국세청(7명), 금융위원회(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는 정부 고위직 가운데 장차관을 지낸 인사 선임이 두드러졌다. 정부 고위직 18명 가운데 장차관 출신은 12명(66.7%)으로 지난해보다 배로 늘었다.
일부 증권사는 보고서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특정 대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움직임은 관피아 논란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들 고위직 출신의 경륜이나 능력 부족 때문은 아니다.
기업이 정부 고위직 출신 사외이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정부 창구나 방패막이 역할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업은 사외이사에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대주주나 경영진의 업무에 제동을 걸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부 고위직 인사뿐 아니라 교수, 기업인 등 주요기업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은 해당 기업이나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100%에 가깝다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인 1998년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용됐는지는 지난 17년간 행적을 돌아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취지에 맞지 않다면 고치거나 없애면 된다. 하지만 그 주체 또한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이 걱정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