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창조는 국내외 경제 및 문화를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창조산업은 ‘개인의 창조성, 기술, 재능 등을 이용해 지식재산권을 설정하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부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산업’으로 정의되고 있다. 창조산업에는 기존의 문화 관련 산업 군인 영화, 음악, 방송뿐만 아니라 패션, 인테리어, 광고 등이 포함되어 있고 관련 산업군으로 PC, MP3, 휴대폰이 연계되어 있다.
유럽 GDP의 약 3%, 전체 고용의 3.8%를 차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창조산업은 패션, 방송, PC 및 휴대폰 등과 같이 소비자의 기호와 관련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이 적용되는 규모의 경제보다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 속도의 경제가 적용된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높은 비용으로 인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신속하게 사업화하기 어려운 대기업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 소규모 기업이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 실제 유럽의 창조산업에서 중소기업, 벤처기업 및 1인 창업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6% 이상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소규모 창업기업은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주역으로 그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높은 창업비용, 내부 역량 및 사회적 인프라 부족 등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창업기업의 초기 생존율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창업 후 2년 후 절반 정도만 생존하고 5년 후 생존율이 30%에 불과한 것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창업기업의 낮은 생존율에는 경영 역량, 특히 지식재산 관리 역량의 부족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소규모 창업의 경우 기술 및 아이디어는 뛰어나지만 그들의 ‘지식’을 권리화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국내 MP3 플레이어 원조업체인 ‘엠피맨닷컴’의 경우 1997년 세계 최초로 MP3 기술을 개발했지만, 특허 경영 노하우 및 전략 부족으로 인해 2003년 부도신청을 한 예가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창조산업의 정의에서와 같이 지식재산권은 창조산업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즉 창업기업의 창작 결과물을 얼마나 잘 보호하고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생존에 중요한 결정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2014년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기업이 산업재산권 등록을 할 경우 도산위험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창업 후 5년 이내 기업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이는 창업기업이 그들의 무형지식을 배타적 권리인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할 경우 초기 생존율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창업기 이후의 경우는 지식재산권의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이 기업의 생존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 연구 결과, 특허의 청구항의 증가, 기술 간 융합특허 및 타 조직과의 공동특허 출원은 창업기 이후 기업의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생존 및 성패에 있어서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권이 미치는 영향은 계속 증가해왔고, 창조경제 패러다임 하에서 그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식재산권은 기술 및 아이디어와 같은 창조적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1차적인 역할의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다. 특허를 기업의 유형자산으로 인식하여 이를 토대로 자금을 유치하거나 생산 설비 없이 특허 라이선싱을 통해 이윤을 획득하는 등 지식재산권의 활용범위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그들의 ‘지식’을 조기에 권리화하고, 기업이 처한 상황과 산업 특성에 맞게 지식재산권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여 새로운 경제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최덕철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cdc5050@kii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