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은 ‘통화량 축소로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이다. 우리가 이용하는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전반적으로 계속 떨어지는 것으로 얼핏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현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면 소비자는 제품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구매를 늦춘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투자 시기를 늦춰서 보다 낮은 비용으로 원료를 구입하려 한다. 이는 지속적인 저소비·저투자를 낳고 결국 기업의 생산 감소와 이에 따른 임금 삭감, 해고 등으로 이어진다.
금융 부문에서는 실질이자율 상승으로 채무자의 부담이 커진다. 실질이자율은 우리가 은행 등에서 흔히 말하는 이자율(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실질이자율이 높아지고 이는 결국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키운다. 채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산을 싼값에 판매하면 디플레이션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디플레이션을 겪어보지 않아 위험성을 체감할 수 없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서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1929년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로 시작된 대공황은 세계적인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상품 판매와 소비가 저조함에도 승승장구하던 미국 주가는 1929년 10월 24일 결국 폭락했다. 주식 시장이 붕괴되며 소비와 기업 투자가 크게 위축됐고 심리적 불안은 지출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는 결국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미국 기업은 연이어 도산했고 이에 따라 실업자가 대량으로 늘었다. 1931년 1년 동안 미국에서는 2300개의 은행이 도산했다. 1930년부터 1933년까지 매주 평균 6만4000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1933년 실업자는 무려 1600만명에 달했다. 미국에서 출발한 공황은 독일, 영국 등으로 이어져 세계는 큰 혼란을 겪었다.
1990년대 일본은 버블경제가 무너지며 소비와 고용이 침체됐고 결국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져 많은 기업이 쓰러졌다. 일본은 만성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20년 동안이나 침체기를 겪었지만 아직까지 경기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