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HD(1920×1080) 해상도 TV가 세계 TV 시장에서 막판 활황세다. 4K 초고화질(UHD, 3840×2160) 해상도 TV와 콘텐츠 등장으로 시작된 ‘밀어내기’와 함께 보급형 ‘틈새시장’ 공략 때문이다. 하지만 출하 TV 중 상당수가 2~3년 안에 4K로 전환될 것으로 보여 전환기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11일 전자신문이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의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국 홈페이지에서 40인치 이상 대형 TV의 크기별 인기도 상위 5개 모델을 분석한 결과 풀HD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70인치 이상에서 비지오 70인치 4K TV만 유일하게 포함됐다. 일본도 파나소닉 40인치, 48인치 모델이 각각 40~44인치, 45~49인치 군에서 5위에 들었다.
4K 도입 속도가 빠른 서유럽 3국의 상황도 비슷했다. 영국은 40인치 이상 전 크기의 상위 5대 모델이 모두 풀HD였고 독일은 LG전자 40인치 4K 울트라HD TV가 40~45인치 군에서 1위를, LG 49·55인치 4K 울트라HD TV가 48~55인치 군에서 각각 4위와 3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서는 모두 풀HD였다.
풀HD TV 강세 원인으로는 4K를 강화하는 TV 제조사의 기조와 풀HD 중심의 콘텐츠 환경이 꼽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TV 제조사들이 2013년부터 4K TV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는 가운데 ‘4K 프리미엄’ ‘풀HD 보급형’의 사업 구도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익은 4K에서 남기고 전체 시장 점유율은 풀HD에서 달성하는 구조다.
전체 TV 시장에서 40인치 이상 대형 모델 비중이 절반을 넘기는 등 TV 시장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4K뿐만 아니라 풀HD에서도 대형화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삼성전자 75인치 풀HD TV를 2100달러(약 230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등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콘텐츠 환경도 아직 풀HD에 우호적이다. 4K 방송 대부분은 실험·시험 단계다. 콘텐츠 유통에 필수적인 4K 블루레이는 올해서야 표준제정을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초·중반 HD(720p·1080×720, 1080i)급 TV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의 교체수요도 풀HD(1080p)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풀HD 강세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크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판매한 TV 중 4K와 풀HD 비율은 수량기준 10대 90, 매출기준 30대 70으로 추산된다.
4K가 새 수익원으로 부상하며 디스플레이서치 등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4K TV 시장 규모를 금액기준 전체 26%인 약 2500만달러, 수량기준 전체 15~20%인 약 3200만대로 예측해 지난해보다 늘 것으로 본다. 오는 2017~2018년에는 40%에 육박해 일부 40인치 미만 일부 소형 모델에서만 풀HD가 명맥을 잇는 ‘시장 대 변환’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 선진시장 5개국(미·일·영·독·프) 인치별 상위 5개 TV (자료: 아마존, 굵은 글씨는 4K)
○미국 (가격 단위: 달러)
○일본 (가격 단위: 엔)
○영국 (가격 단위: 파운드)
○독일 (가격 단위: 유로)
○프랑스 (가격 단위: 유로)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