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계측장비 전문 업체가 국내 전자전기 계측기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각자 강점을 가지던 특화 분야 점유율을 수성하면서 신규 제품 출시로 서로의 주력 시장을 넘보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텍트로닉스는 최근 RF신호 계측 관련 제품군을 대거 선보였다. 키사이트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며 안리츠와 R&S 등이 경합을 벌이던 시장이다.
통신산업에 주로 활용되는 RF 계측장비는 스펙트럼 분석기와 신호발생기, 네트워크 분석기, 임피던스 측정기 등으로 이뤄졌다. 텍트로닉스는 신규로 진입하는 만큼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출시한 벡터신호발생기(VSG) TSG4100A 시리즈는 기초 제품군의 가격에 중급 이상 성능을 갖췄다.

텍트로닉스는 그동안 RF 분야보다는 오실로스코프에서 강세를 보였다. 디지털 측정분야에서는 현재 업계 1위로 알려졌다. 이달 중에는 혁신적 개념을 접목한 최고사양의 오실로스코프를 출시해 주력 사업 영향력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기존 RF 분야 강자인 키사이트는 모듈형과 소프트웨어 솔루션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솔루션 제공으로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모듈형 테스트와 측정 솔루션, UXM 무선 테스트 세트, 오실로스코프 등이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모듈형은 랩뷰로 잘 알려진 NI가 강세를 보이던 분야다.

키사이트는 지난해 애질런트에서 분사했다. 그동안 기술력을 인정받던 전자 계측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달 초에는 RF 측정 성능을 개선하고 측정 시간을 10배 이상 빠르게 향상한 차세대 벡터네트워크분석기(VNA) E5080A ENA를 선보였다.

일본 계측기 전문기업 히오키전기주식회사는 올해 한국현지법인 히오키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영업에 들어갔다. PCB에 올라가는 인덕터와 배리스터 등의 성능을 측정하는 인피던스 분석기, 옴미터 등 저가형 계측기가 주력이다.
키사이트 및 국내 일부 계측장비 업체와 시장을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모바일 기기용 부품 제조 환경에 주로 쓰이는 제품군으로 국내 스마트폰 산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계측 장비업체가 주력 영역을 넘나들며 각축전을 벌이면서 주요 수요처인 국내 제조업체는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성능 제품 이용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한 계측장비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업체들 사이에선 각자의 시장을 지키면서 서로의 주력분야를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시장에 신규 진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성능은 유지하거나 더 뛰어나면서도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만큼 국내 수요 기업에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