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나온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시장 거래제도 개선’ 조치는 장기적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맥이 닿아 있다. 전력산업 구조를 직접 건드리기보다는 거래방식 등 시장 질서에 자율·경쟁원리를 확대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구조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읽힌다.

전력시장 내부적으로 지난 2001년 이후 고착화된 경제급전 방식 현물거래에서 15년 만에 차액계약이라는 장외거래까지 도입하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번 산업부 인가로 한전은 포스코에너지·현대그린파워와 올해 말까지 1㎾h당 98.77원으로 전력을 거래하게 된다. 시장가격이 아무리 오르락 내리락하더라도 계약가격은 계속 유지된다. 시장가격이 98.77원을 넘어설 때는 한전이, 반대로 시장가격이 98.77원 수준을 밑돌 때에는 발전사가 이익을 보는 구조다. 가격 폭등과 폭락에 따른 위험요인 상쇄의 의미가 크다.
과거에도 전력구매계약(PPA)이라는 이름으로 한전과 발전사 간 계약 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국가 전력수급 위기 상황에 긴급하게 투입된 발전소 투자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가 컸다. 이번처럼 시장과 거래 방법에 변화를 주고 사업자간 적정수익 보장 차원에서 계약을 맺은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변화와 관련해 시장가격과 거래방법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변한다는 점에서 다른 형태 산업구조 개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진전이 없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발전과 판매 부문의 경쟁을 도입하는 구조적 개편이 중심이지만 이번 제도 변화는 시장의 패턴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장구조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지만 가격과 거래패턴, 사업자들 등 요소요소에 변화를 주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자연스런 구조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절반은 성공했다. 차액계약 당사자인 발전업계는 일단 차액계약 행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부생가스발전소 계약 체결액인 98.77원도 적정선이라는 평가다. 차액계약 도입 추진 당시 발전사 수익 제약을 위한 제도라는 비난은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수력과 석탄화력 등 적용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생가스발전소는 철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전력을 생산하는 만큼 가격 민감도가 낮지만 수력과 석탄화력은 댐 주변 지원금과 유연탄 개별소비세 등의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 대상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차액계약은 LNG발전소는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반면에 LNG발전소는 최근 전력수급 안정으로 가동시간이 줄면서 한전과 계약을 통한 생산활동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수익 방지를 위해 저원가 발전소와만 차액계약을 맺고 원가가 높은 LNG발전소는 시장경쟁만 하게 하는 건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에서 장외거래는 다양성과 효율화 차원에서 필요한 방법”이라며 “하지만 현물시장보다 계약가격이 과도하게 낮게 책정되거나 적용대상을 특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시장에서 힘을 받으려면 조속한 기술개발을 통한 소비자 거래변화가 피부에 와닿을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아낀 전기나 저장해둔 전기를 되파려면 전기차전력의 전력망 역전송(V2G)기술 뿐 아니라 ESS에서 전력망 역전송, 가정용 전력 역전송시스템 등의 개발과 대중화가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V2G 시범사업에 이어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내 실증사업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해 소비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거래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정부승인 차액계약과 전력시장가격간 관계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