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왜 일하는가

상당수 기업가들이 포부와 꿈을 갖고 창업에 나선다. 이들 중 극히 일부만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뚫고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하루하루 눈앞의 허들을 넘다 보면 창업 초 생각했던 마음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이럴 때 선배 창업자 이야기는 가뭄의 단비처럼 기업가 마음을 파고든다.

[CEO와 책]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왜 일하는가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이 추천하는 ‘왜 일하는가’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썼다. 민 사장이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당시 엠씨넥스는 교세라 스마트폰에 가장 많은 수량의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협력사였다. 교세라 구매실장과 미팅하던 중에 이나모리 회장이 일본 정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일본항공(JAL) 회장으로 취임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도대체 어떤 경영자이기에 일본 정부가 위기의 JAL을 맡겼을까 궁금해지더군요. 한국에 돌아와서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서점에 들러 이나모리 회장 저서를 찾게 됐죠.”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그룹 창업자), 혼다 쇼이치로(혼다자동차 창업자)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다. 아직도 왕성한 저술 활동과 사회 활동을 하고 있어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1959년 자본금 300만엔으로 교토세라믹(현 교세라)을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웠다. 1984년 제2전전(현 KDDI)을 설립해 10년 만에 일본 굴지의 통신회사로 성장시켰다. 1997년 교세라 명예회장, 2001년 KDDI 최고고문으로 활동했고, 2010년 JAL 회장으로 취임했다. 3년 만에 JAL을 회생시키는 경영 수완을 보여줬다.

“이나모리 회장은 1984년 기술자, 과학자, 예술가를 격려하기 위해 교토상을 제정했어요. 1993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아시아 사람으로는 최초로 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씨 없는 수박을 발명한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합니다. 박지성이 뛴 교토퍼플상가를 후원하는 등 우리나라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왜 일하는가’ 책을 구입한 이튿날 민 사장은 베트남 출장 비행기 안에서 5시간 만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출장 가방 안에는 항상 이 책이 자리 잡고 있다.

교세라를 방문하면 회사 곳곳에 쓰인 경천애인(敬天愛人)이라는 사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고조선의 통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창업 초부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신경 썼다. 고도 성장기에 일본 기업인 중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만큼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철학은 초기부터 남달랐다.

“정주영·이병철·김우중 등 우리나라에도 기라성 같은 훌륭한 기업 창업자들이 많죠. 사회 초년생일 때 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기업가의 꿈을 키웠어요. 엠씨넥스가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항상 새로운 멘토에 목말랐는데 책으로나마 이나모리 회장을 알게 돼서 기쁩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