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력시장개편 기술이 뒷받침해야

정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위해 오랜 고심 끝에 거래시장 활성화를 먼저 시작한다. 수년 전부터 짜왔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본질인 구조부터 손대기보다 둘러싼 시장거래를 다변화·경쟁화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구조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에너지신산업 강화 의지도 이번 조치에 힘을 실었다. 에너지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함으로써 새로운 사업기회와 창업 아이템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전력시장 거래활성화로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가장 크다.

일단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해 아낀 전기나, 값싼 전력시간대 저장한 전기를 되팔 수 있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수백 가지 신규 사업이 생겨날 여지가 생긴다. 가령 바캉스시즌을 맞아 해변에 전기차를 가져가 텐트촌 등에서 전기를 팔 수 있게 된다. 또 평범한 가정주부도 ESS를 사들여 밤 시간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한낮 피크시간대 전기를 되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전기는 우리 생활과 경제활동을 밑받침하는 기반 인프라기 때문에 아이디어만 접목한다면 무수한 창업기회가 만들어진다. 다만, 이 같은 정부 조치가 잘 확산되고 국민 대중에 퍼져나가려면 변화를 실감할 기술개발과 실생활 접목이 필수다. 당장 전기차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역전송할 수 있는 V2G 기술, 역전송 시 전력요금 정산시스템 개발 등이 실용화돼야 한다. 시범사업이나 기술검증 시간을 최대한 줄여, 실생활에 바로 접목하는 것이 이번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전기는 아직도 공급받아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더디고, 힘든 것도 이런 국민인식이 너무 공고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뛰어난 ICT 역량을 발휘할 때다. 전기를 단순히 아껴 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저장할 수 있고 되팔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할 때 전력산업 구조는 혁신할 수 있다. 그 인식변화를 빠른 기술적용으로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