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앞날을 내다보고 면밀한 계획을 세우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 10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아무런 자원도 없는 우리가 이 같은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뜨거운 교육열에 기반 한 교육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무려 70%를 넘어섰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정원감축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년까지 대학입학정원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원을 줄이는 방안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재정지원사업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업이 ‘대학특성화 사업’이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특성화사업선정을 통해 5년간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경쟁대열에 뛰어 들었다.
특성화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여러 지표를 충족해야 하는데 대학들은 최근 3년간 졸업생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률, 전임교수 확보정도, 입학정원 감축노력 등의 잣대로 평가를 받는다. 평가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되고 하위등급을 2회 연속 받으면 문을 닫아야한다. 반면 최상위 A등급 대학은 정원감축에서 벗어나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대학정원감축과 재정지원사업이 연계되면서 대학입장에서는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 편법이나 탈법 등 무리수를 두고 있으며 비인기학과나 인문계열학과를 통폐합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방안을 보면 여전히 지방대학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생들은 ‘인서울’을 진학목표로 삼고 있다.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대학은 학생충원에 애로를 느끼지 않는다. 대학별 특성을 고려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평가지표를 좀 더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
역대정부에서 취업률을 대학평가의 중요지표로 삼았지만 취업률을 가지고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은 청년일자리창출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개인과 대학에 일정부분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교육기관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여건 등이 지역별로 다른 상황에서 취업률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 지역인재할당제를 여러 분야에서 강력히 실시해 서울에 가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지방에서 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지방대학 교육현실은 참담하다.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 몰두해야 할 교수가 신입생 유치를 위해 잡상인 취급을 받으며 고교를 방문해 학생을 구걸해야 한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 입학홍보를 위한 대학교수의 고교방문을 금지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을 제외한 지방대학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가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고 수도권과 지방이 공동 발전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의 의지가 있다면 현재와 같은 획일화된 대학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을 지양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정원을 총량으로 감축하면서 전체 대학교육의 질 제고와 지역 균형 발전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대학 구조개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고사위기에 빠진 지방대학을 살리는 일은 지역균형발전은 물론 지역경제와 지역문화를 살리는 중요한 과제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산업을 발전시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방대학을 지역사회와 문화의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
지방대학이 비교우위를 갖는 학문분야를 집중 육성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춤으로서 지방학생 뿐 아니라 수도권 학생들까지 지방으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21세기는 지역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근원이 되는 소위 세방화(世方化:glocalization)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되고 있다. 지방대학 육성은 지역의 균형발전뿐 아니라 국가발전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지방대학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민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때이다.
이윤환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 lyh@ko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