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역대 최장수 청장 반열에 올랐다. 2013년 3월 취임한 청장은 오는 2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중기청에 따르면 역대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던 기관장은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홍석우 청장이다. 2008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만 2년을 채웠다. 하지만, 이달 21일이 지나면 순위는 바뀌게 된다. 홍 전 청장이 가지고 있던 기록을 한 청장이 깨게 된다.

과거 전례로 봤을 때 정부 부처 기관장 수명은 비교적 길지 못하다. 평균 재임 기간은 1년여 안팎이다. 청와대 인사 방침에 따라 1년을 기점으로 좀 더 일찍 하차하거나 조금 더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2년 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공식은 깨졌다.
부처에서는 윤상직(산업통상자원부), 윤병세(외교부), 황교안(법무부), 이동필(농림축산식품부), 윤성규(환경부) 장관이 현 정부 출범 당시부터 장관직을 지키고 있다.
15개 외청급 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청장을 비롯해 신원섭 산림청장, 박형수 통계청장, 박창명 병무청장, 고윤화 기상청장,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이 만 2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중에서도 한정화 청장은 상징성 있는 인사로 거론된다. 비록 외청급 기관이나 부처 못지 않은 영향력 있는 기관으로 평가받는 중기청에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출신으로 기관장을 맡은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대학교수 출신 한 청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취임 초 중기청 내외부에서는 정통 공무원이 아닌 탓에 기관 메커니즘과 생리를 잘 몰라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대학 교수 출신이라 조직 경험이 부족한 것도 핸디캡이었다.
한 청장은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기관 내부 살림은 취임 후 차장에게 일찌감치 위임했다.
대신 자신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에 맞춘 중소기업 정책 어젠다를 세워 실행하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선·후배, 동료 관계가 깎듯한 공무원 세계에서 눈치 보지 않고 소신있게 밀어부칠 수 있었다는 게 기관 내부 평가다.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방안,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등이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최근엔 한 청장이 정부 개각 대상에서 제외돼 좀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돈다.
한 청장은 올 초만 하더라도 꼭 참석해야 하는 공식 회의나 행사를 제외하고 일정을 잡지 않도록 했으나, 최근 이러한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잠시 중단했던 중기청 내부 각종 정책회의도 다시 주재하기로 하는가 하면 4월과 5월 주요 행사도 직접 챙기면서 예전처럼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한 청장이 청와대로부터 좀 더 일하라는 모종의 언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청장에 대한 호의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민간 출신 기관장으로서의 한계점도 여전하다는 평가다. 정책 사안 발생시 아직까지도 부처간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일을 풀어가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적으로도 투자 회수 생태계 및 재도전 생태계 활성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중기청 관계자는 “한 청장이 지난 2년간 민간인으로서의 장점을 살려 중소기업정책을 잘 이끌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청와대 공식 발표가 없어 청장의 유임 여부는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