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발산하는 방열은 전자 산업계 핵심 이슈 중 하나다. 그래핀은 높은 열전도성으로 이를 해결할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원자 수준 두께를 가진 그래핀 시트 속에 열을 전달하는 매커니즘 규명이 소재 응용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스위스 로잔공과대학 연구진은 최근 열이 매우 긴 거리를 파동 형태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그래핀과 같은 2차원 재료 속의 방열에 대한 매커니즘을 새롭게 밝히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열은 원자 진동으로 재료 속에서 전달된다. ‘포논’(Phonon)이라 불리는 진동이다. 두께가 있는 3차원 재료로 열이 전달될 때 포논은 서로 충돌하고 결합, 분리하며 열전도성에 한계를 가져온다. 하지만 온도가 절대 영도(영하 200도) 근처로 내려 갈 때 열전도성 손실이 거의 없어지는 유사 무손실(quasilossless) 열 전달이 발생한다.
연구진이 이번에 규명한 메커니즘은 이 같은 절대 영도 근처에서만 관찰되는 현상과 유사하다. 2차원 재료에서 열이 ‘제2음파’라고 불리는 파동 현상으로 상온에서도 거의 손실 없이 열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원자적으로 매우 얇은 재료 시트에서는 열전도 현상이 지극히 낮은 온도의 3차원 재료에서나 발생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그래핀뿐만 아니라 아직 연구되지 않은 다른 2차원 재료 속에서도 같은 파동 형태를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2차원 재료의 특성을 활용해 나노 수준의 회로를 냉각시키거나 전자장치 속에서 실리콘 기반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 소자를 디자인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2차원 재료에서의 포논 유체역학(Phonon hydrodynamics in two-dimensional material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