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멀리서만 바라본 사람들은 베트남의 현재 상황에 대해 과거 우리나라 1970~1980년대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한편으로는 우리보다 ‘아직은’ 부족한 나라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베트남 현지 사람들은 우리보다 다소 이른 아침인 8시에 하루 일과를 시작해 오후 5시면 일과를 마친다. 제조업 공장은 업무 종료 차임벨이 울리는 동시에 대개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한가득 물결을 이루며 집으로 향한다. 특히 베트남 현지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에 대한 준수는 양호한편이나 근무내용의 성실성이나 마무리는 우리 시각으로 보기에는 많이 미흡한 편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그 해결책으로 근로자를 위한 기본 마인드 함양과 직무 교육을 실시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베트남 노동법에는 1일 8시간을 노동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초과 근무 시 150%에 해당하는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지직원 집체 교육 시 유급 근로 시간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시행령까지 갖고 있다.
결국 현지 근로자들의 기본 마인드나 직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그에 대한 기회비용적 측면에서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제조업체 현지 근로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설문조사를 해보면 단순 수당 인상보다는 자기계발이나 직무능력 향상 교육에 대한 수요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니 문제에 대한 답은 알되, 이를 적지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마트러닝을 아우를 수 있는 이러닝을 제안한다. 사실 베트남은 이러닝에 대한 개념이 익숙한 나라다. 1993년 원격교육이 도입돼 북부에 하노이 개방대학교, 남부에 호찌민 개방대학교를 설립, 현재는 17개 원격교육기관을 운영 중이며 10만여명을 대상으로 이러닝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1년에 고교 졸업자 약 120만명이 배출되고 그 중 35만여명이 상급학교로 진학한다고 할 때 10만명에 달하는 이러닝 수강생은 엄청난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스마트폰 보급률이 2013년 1월 대비 2013년 9월 약 156%의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성장률 113%를 뛰어넘어 베트남을 태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비추어보건대 베트남 내 스마트폰 보유자는 약 17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베트남 교육훈련부는 현재 원격대학이 최신 트렌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원격교육에만 맞춰져 있는 제도 및 규정을 이러닝에 적합하도록 개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2020년까지 현대 산업국가로의 성장을 위한 숙련근로자 800만명 양성 시책과 ICT 인프라를 활용한 이러닝을 학교 교육의 미래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러닝 보급과 확산을 위한 충분한 잠재 가능성과 인프라를 갖춘 나라인 셈이다. 다만 이를 보다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촉매제’가 부족할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대학 내 이러닝 운영역량 향상을,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내 소외계층을 위한 고등교육기회 확산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의 선진 이러닝 교육 운영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와 최신 인프라 지원을 통해 하노이 개방대학교가 베트남 전역에 이러닝 서비스의 안정적 지원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이러닝 거점 허브센터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임무호 경기과학기술대 ODA연구소 연구교수 rceo5@gtec.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