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전 “인프라 확대…영역침해 없다”

우리나라 전력판매 독점 공기업 한국전력이 최근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정부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발맞춰 시장 확산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민간 기업 불만이 거세다. 충전인프라 사업 핵심이 전력판매인 만큼 한전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전의 시장 장악으로 민간 기업 설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
국내 전기차 충전소 모습.

완성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충전인프라에 공기업이 나서는 건 보기 드문 일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누가 나서든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한전의 시장 진출은 초기시장 리스크를 떠안는 효과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생적인 시장 창출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업영역 등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시장 가세에 따른 공기업·민간 입장과 쟁점을 살펴봤다.

【표1】한전과 포스코ICT 충전인프라 사업 비교

【표2】 한전SPC 충전인프라 사업 개요(2015~2017년)

【표3】한전SPC 공공기관 유료 충전서비스 사업 계획

【표4】제주지역 유료 충전서비스(홈 충전기) 사업 계획

【표5】제주 지역 공용충전기 유료충전서비스 사업 계획

【표6】한국전력의 전기차 교체 계획.

◇“민간 부담 떠안고 수익모델 발굴에 협력할 것”

한전은 향후 3년간 322억원을 투입해 전국 한전 본부·지점을 포함해 주요도시 거점, 간선도로, 고속도로 등에 5580기의 완·급속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이에 이달 초 현대·기아차, KT, KDB자산운용 등과 유료 충전서비스 사업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한전은 전력 인프라와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고 충전소 구축과 서비스 운영은 민간 기업이 맡긴다. 포스코ICT 등 일부 기업 역시 유료 충전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식 유료사업을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은 아직 부족한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정을 고려해 민간주도형 시장 모델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5월 이들 기업과 역할 분담을 조율한 후 SPC를 최종 설립한다. 한전SPC는 우선 제주를 시작으로 충전서비스와 함께 콜센터, 통합운영시스템도 설치해 오는 2017년 제주도 내 주유소와 비슷한 수준의 충전소를 갖춘 후 이를 토대로 전국에 걸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이번 SPC뿐 아니라, 충전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진출한다. 창원시가 올해 민간에 보급하는 100여대 전기차 분량 충전기 설치부터 운영까지 사업 전반을 맡게 된다. 창원시는 충전기 확보를 위해 주민동의서 획득 등 복잡한 절차를 해결하는데 한전이 적격이라는 판단에서 최근 이 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완성차·충전기업체가 전담했던 것을 한전이 맡게 되는 셈이다.

이에 한전은 민간 보급 지원대상으로 뽑힌 가정과 사업장에 완속 충전기를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민간기업 고유영역은 침범하지 않을 것”

한전은 공공기관 전기차 의무구매 지침에서 SPC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수백억원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전기요금을 포함하는 서비스 요금 등 사업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민간주도형 시장모델 발굴에만 협력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한전은 2017년까지 수명이 다한 업무용 승용차(1800대) 중 25%를 전기차로 교체해야 한다. 우선 2017년까지 450대 차량을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다. 이에 올해 105대 전기차 구매를 시작으로 전국의 한전 본부·지점에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한전SPC가 계획한 5580기 완·급충전기 중 약 10%가 한전 부지에 들어서는 셈이다.

500대 수준의 전기차 이용 시설 확보에 위탁 설치·운영 사업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산업부와 함께 SPC 설립을 추진한 것이다. 한전SPC는 전체 계획된 5580기 중 약 500기는 한전이, 남은 3800기와 1300기는 각각 제주와 전국 415개 공공기관·공기업에서 사용하게 된다. 충전기 입찰부터 설치·운영 전반을 민간에 위탁해 사업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서비스 이용요금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수익성까지 고려해 책정할 예정이다. 공정한 시장가격 설정을 위해 외부 용역을 맡긴 상태로 이르면 다음 달 충전기 이용에 따른 1㎾h당 서비스 요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SPC는 참여한 민간 기업 수익모델 발굴 지원이 가장 큰 목적으로 (전기요금) 추가 마진이나 다른 수익창출과는 무관하다”며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탓에 사업 리스크를 이유로 민간 참여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충전인프라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5580기 구축까지만 협력한다

한전은 산업부와 협의해 오는 2017년까지 계획한 5580기 구축사업에만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체 구축부터 운영까지 맡는 창원시 충전인프라 사업 역시 시범사업으로 지자체 보급모델 완성에 집중할 방침이다. 창원을 포함해 전국 지자체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시민 대상 보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통주택이나 단지 내 주민 반대로 충전기 설치면적을 확보하지 못해 민간공모에 선정됐지만 중도 포기하는 이용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전이 나서 한전 지점이나 공공주차장을 활용해 전용 주차면 확보 부담을 덜어주고 주민동의서를 얻는 과정에 협력할 계획이다. 한전은 전국 지자체별로 전기공사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어 충전기 구축 시간과 비용 절감에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도 다른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2017년까지 교체대상 차량의 25%를 전기차로 교체하기 때문에 이번 SPC 설립이 필요했다”며 “수익사업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포스코ICT 등 민간기업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너지 창출에는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슈분석]한전 “인프라 확대…영역침해 없다”

[이슈분석]한전 “인프라 확대…영역침해 없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