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하이트·롯데 맥주먹고 엉덩이뼈 썩는 질환 제조사 책임 물을 수 있나?

오비 카스맥주,하이트맥주,롯데 클라우드 맥주 병과 캔 이미지. 사진=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주류 제공
오비 카스맥주,하이트맥주,롯데 클라우드 맥주 병과 캔 이미지. 사진=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주류 제공

알콜의존·중독증 환자들이 주류회사의 술 판매 때문에 병을 얻게 됐다며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면서 맥주 등을 많이 먹는 요즘 직장인들이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엉덩이 주위 대퇴골 괴사증세가 문제로 대두됐다.

이 증세로 고생하는 맥주 주당들은 과연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 롯데주류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술자리가 많은 요즘 중년 남성들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체크를 해봐야 한다. 특히 지나치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신 후 엉덩이 부위의 통증이 나타나는지 세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과도한 음주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발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혈액순환장애로 인해 뼈가 괴사하는 질환으로, 엉덩이에 통증이 오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리한 음주생활이나 흡연, 스테로이드 과다복용, 고관절에 반복적인 자극을 받는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해 치료가 어려운 탓에 통증이 생겼을 때는 이미 상당 부분 괴사가 진행돼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을 방치할 경우 뼈 조직이 괴사되고 약해진 괴사 부위가 무너져 내려 골절, 퇴행성 관절염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증상이 있을 시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음주를 즐기는 중년 남성들은 다리를 벌리거나 양반다리를 할 때 통증이 심하고, 다리 길이가 차이나 절뚝거리며 걷게 된다면 고관절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한편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김모씨 등 26명이 정부와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등 주류회사 4곳, 사단법인 한국주류산업협회 등을 상대로 낸 소주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 등은 “주류회사의 소주 판매로 인해 알코올 중독, 간질환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12월 주류회사, 정부 등을 상대로 “소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씨 등의 주장은 주류회사들이 과도한 음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정부도 주류회사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병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또 김씨 등은 판매 금지와 함께 주류 광고·음주 장면 방송 금지, 과도한 음주에 대한 위험성을 고지하는 문구를 소주병에 부착할 것, 주류회사가 알콜의존·남용 등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할 것 등도 함께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유가 없는 신청”이라며 김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알코올 피해자로서 주류 판매의 금지까지 구할 수 있는 권리는 현행법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김씨 등이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함께 낸 1억2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현재 같은 법원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지난 9일 이 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 맥주, 소주를 20년 이상 마시고 각종 질병에 노출된 직장인들의 주류 회사에 대한 원성이 SNS를 타고 퍼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들 주류 회사들이 손해배상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창용기자 creator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