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일관된 정책드라이브가 필요하다

[기자수첩]전기차, 일관된 정책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전기차 업계가 정부 시책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다른 나라에 앞서 ‘글로벌 전기차 4대 강국’ 비전을 선포하고 로드맵까지 짰다. 5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실망스럽다.

미국은 2010년부터 26만대 전기차를 보급했다. 유럽과 일본 역시 각각 20만대, 10만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우리는 고작 3000대에 그쳤다. 최적의 충전인프라 환경을 갖춘 데다, 중대형 배터리 1위·완성차 5대 강국·ICT 강국이라는 잠재력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부처별 유사 정책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전력은 대기업들과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충전인프라 시장 출격을 선언했다. 기존 환경부 보급정책에 따라 시장에 진출한 민간업체와 산업부에 등 떠밀린 국가 전력판매 독점 공기업 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012년 부처 간 합의로 전기차 보급(충전인프라 포함)은 환경부, 기술개발·표준 등은 산업부가 맡기로 했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뿐 아니라 충전기 통신·성능 호환, 인프라 구축 등을 주도하며 보급의 질을 높였다. 이번엔 산업부까지 보급시장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 리스·관리 및 충전서비스 구축 등 유사정책을 내놓으면서다. 산업부는 시장 활성화와 공익 차원에서 녹색위나 환경부와 사전 협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애초부터 시장 활성화에 부처 간 머리를 맞댄 적은 없다. 사업 모델을 정해 놓고 사업영역을 합의하는 게 전부다. 산업부와 환경부 사업은 큰 그림에서 보면 유사하다.

결단이 필요한 때다. 두 부처뿐 아니라 민간 기업을 이해시키고 시장을 이끌어갈 일관된 정책드라이브가 필요하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50만대를 넘는다. 충전인프라나 서비스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제 전기차 보급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까지 챙겨야 한다. 정부는 시장에 직접 관여하기보다 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판을 짜고 유럽·미국처럼 선진형 보급·규제정책을 내놓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