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IT붐이 일고 있다.
지난 1일부터 9일 간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에 동행했던 기업인들은 모두 우리 IT산업의 새로운 시장은 중동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많은 기업이 순방기간 중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켰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중소기업 단독으로 혹은 대기업과 협력해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성과와 기대감을 높였다.
전자신문은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4개국 순방에 동행했던 기업인들을 모아 중동 IT붐의 실체와 성과, 향후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서울 양재동 KOTRA 본사에서 진행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각자의 성과와 새로 중동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 유의할 점, 정부의 지원 필요성 등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참석자(가나다순)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대표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회장
윤원석 KOTRA 이사
이동훈 디스트릭트홀딩스 대표
임용업 SK텔레콤 팀장
사회: 홍기범 전자신문 경제과학부 차장
◇사회(홍기범 전자신문 경제과학부 차장)=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4개국 순방의 방점은 경제, 특히 IT였던 것 같다. 4개국 뿐 아니라 걸프협력위원회(GCC) 국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실제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대표=대통령과 함께 가면서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파는 제품에서 백화점 제품이 됐다. 특히 중소기업은 현지에서 얻는 신뢰가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CIS 순방에도 중소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동행했는데, 그 때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이번에는 많은 중소기업이 함께 갔고, 현지에서 일대 일 상담회 등을 열어줌으로써 많은 성과가 있었다.
◇이동훈 디스트릭트홀딩스 대표=동감한다. 우리 회사는 디지털테마파크 사업을 한다. 생소한 시장이기 때문에 신뢰감을 주고 바이어를 찾는게 쉽지 않다. 순방 이전에 협의 수준에서 논의만 진행됐는데, 이번 순방길에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쿠웨이트 최고급 쇼핑몰에 콘텐츠 라이센싱으로만 15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했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더 많은 성과가 기대된다.
경제사절단의 상징성이 있다. 현지에서 국가대표로 인식해 주는 것 갔다. 이런 메시지가 고객사에도 전달돼 시장을 빨리 여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임용업 SK텔레콤 팀장=DCC 국가들은 국민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많은 돈을 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남한 면적의 20배지만, 인구는 2700만에 불과하다. 나라 전체에 흩어져 있다. 교통·교육·의료·치안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 화상진단, 화상의료, 화상교육 등 IT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SK텔레콤은 현지 보건소 진단사업을 하고 있다.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 이런 다양한 시스템을 아랍버전으로 만들어 가면 될 것 같다.
◇사회=중소기업에 있어 경제사절단 참여는 효과가 큰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사절단의 일원이라는 것 때문에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현지의 IT수요와 우리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윤원석 KOTRA 이사=중동은 오일머니 이후의 부가가치산업을 만드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석유화학플랜트 산업육성을 통한 고부가가치 추구와 산업다각화 등이 화두다.
이 때문에 주변 국가들로부터 인구 유입이 굉장히 활발하다. 하지만 교육, 교통,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킬 기술과 솔루션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 순방과 함께 현지의 이런 상황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특히 IT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KOTRA에서 이번 순방에 처음으로 일대 일 상담회라는 포맷을 만들어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순방국 정부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네트워크 세미나도 같은 맥락에서 개최했다.
보통 기업이 현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3~4번 이상 가야지 신뢰를 쌓는데, 경제사절단은 한번에 그 효과를 얻었다.
◇송혜자 우암코퍼레이션 회장=경제사절단으로 가서 외교부 추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KOTRA가 플랫폼을 잘 만들어줘서 도움이 많이 됐다.
현지에서 카타르 교육위원회의 초대를 받아 프리젠테이션(PT) 기회를 얻었다. 원격화상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또 현지 세미나를 통해 카타르전략청이 진행할 예정인 스마트그리드 입찰 정보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다. 굉장히 중요한 정보다.
◇사회=실제 많은 성과들이 있었던 것 같다. 각자 거둔 성과를 소개해 달라.
◇구기도=우리 회사는 전자칠판 회사다. 유럽, 중동으로 많이 수출하고 중국 대형 메이저들이 경쟁사다. 국내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출 위주로 가고 있다.
중동은 7년 정도 수출을 해 왔다. 전통적으로 강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자칠판과 전자교탁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P대학의 경우 2500개 강의실에 모두 들어가 있다.
이번에는 4개국에서 33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평소보다 3.5배 높은 계약고다. 경쟁자가 많이 늘어 답보상태였는데, 이번 순방으로 신뢰를 얻고 계약으로 이어진 것 같다.
UAE는 작은 나라지만 인도계 학교가 200개에 달하고 추가로 100개를 더 짓는다고 한다. 1개 학교에 교실 100개만 잡아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의 국제학교도 엄청난 시장이다.
카타르에서는 교육도시 담당 책임자들이랑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알자지라방송국에 초대돼 방송국 트레이닝센터에 제품을 넣기로 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교육부로부터 7000세트의 주문을 받은 현지 대리점과 계약서를 확인했다. 사실상 수주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교육부가 중국제품은 안된다고 해서 우리 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용업 SK텔레콤 팀장=3년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의료분야 MOU를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까지 병원을 갑절 늘릴 예정이다. 헬스케어, 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작년 6월에는 국가방위부병원과 계약했다. KOTRA무역관에서 큰 역할을 해 줬다.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700억원 규모의 스마트병원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사우디텔레콤과 ‘SK창조경제혁신센터 모델 수출 및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의 상호 협력’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청년 고용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았다.
◇윤원석=중동에는 여러 가지 투자요인이 많다. 이라크 침공이후 쿠웨이트는 20년간 투자를 거의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GCC 주도국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UAE는 엑스포가 있으며 카타르는 월드컵 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원자력이나 유정을 해커로부터 지키기 위한 사이버보안, 주요 국경에 대한 스마트펜스, 핵심시설에 대한 물리적 보안도 많이 논의됐다.
GCC 국가들은 새로운 성장모델로 스마트시티, 탄소제로, 스마트교육 등 다양한 테마를 갖춘 도시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경험을 살려 컨소시엄을 만들어 들어간다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회=단순한 비즈니스 접근이 아니라 그 쪽의 사회문제, 경제정책 등 전반적인 흐름을 잡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중동의 IT붐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은.
◇윤원석=GCC 국가들은 산업다각화, 걸프국 간 중복투자 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포착해 KOTRA는 섹터별로 리서치 등을 하고 있다.
이전 경험에서 볼 때 해외진출은 상대방과 체급이 맞아야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보완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후광을 얻어 실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SK텔레콤처럼 중소기업들과 팀을 구성해 시장을 만들어간다면 전통적인 해외건설 플랜트 위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또 범정부 차원의 후속조치도 열리고 있다. 19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중동순방 후속조치 등이 논의될 것이다.
◇임용업=그동안 KOTRA무역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앞으로도 꾸준한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이번에 미래부가 창조경제 MOU를 체결했고, 이런 부분은 전체 기업기업들로 선단을 꾸려 진출하는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사우디텔레콤은 해외 가입자만 1억명을 가진 거대 통신사업자다. 좋은 모델을 사우디에서 만들고, 이를 다시 해외로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송혜자=중동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IT시스템에 있어서는 아직 초기단계라 진출의 기회가 많다고 본다.
또 주변국가에서 새로운 인구가 많이 들어온다. UAE는 800만 인구 중 50%가 인도계다. 방글라데시 등을 통해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한류도 함께 유입되고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중동은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최근 중동국가들이 아프리카 지원을 현금이 아닌 시스템 공급, 인프라 확충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동의 성과가 아프리카로 이어질 수 있다.
◇구기도=1970~1980년대 건설 플랜트 위에 IT를 올려야 한다. 현지 국가들은 우리 시스템으로 후세를 교육한다. IT도 당연히 한국으로 올 것으로 생각하는데, 우리 뒤에는 막강한 중국이 있다. 우리보다 뒤지지 않고 앞선 부분도 있다.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치밀하게 네트워킹을 해서 거대한 중국 바람을 잠재워야 한다. 중국보다 한국제품을 선호하지만, 가격도 무시할 수 없다. 중동 IT붐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을 대비하는 것이다. 치밀한 전략, 전술이 필요하다.
◇이동훈=교육과 문화는 후세대를 위한 투자다. 이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본다.
날씨가 더워서 실내형 놀이시설, 부동산 수요개발이 많다. 특히 키즈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굉장히 커질 것으로 본다. 단일상품으로 접근하기보다 새로운 시장, 큰 그림을 그려 접근해야 한다. 건설, 파이낸스 등과 IT를 결합한 한국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