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수 웹케시 대표의 키노트는 ‘고구마 밭’ 사진 한 장으로 시작됐다.
윤 대표는 “최근 국내 핀테크 산업이 돌아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 마치 고구마 밭을 보는 느낌이다. 고구마를 캐려는데 줄기는 보이지 않고 온통 잎으로 둘러싸여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핀테크의 줄기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사는 물론이고 결제사, IT 포털 기업, 제조업까지 모두 핀테크에 뛰어든 상황에서 무엇이 핀테크의 본질이고 핵심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 대표는 “알리페이, 페이팔이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 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현재, 갈피를 못 잡고 이것저것에 기웃대는 것보다 원래 본인들이 하고 있었던 기술을 한국에 최적화해 ‘한국형 핀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인 완구업체 ‘레고’ 사례를 들었다.
그는 “레고가 시장 점유율을 잃고 추락하고 있을 때 부활을 위해 레고가 선택한 전략은 시장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고 원래 본인들의 정체성에 초점을 맞춰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을 기반으로 하는 만화, 게임, 개별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레고 등을 통해 다시 전 세계 완구업계 2위를 탈환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시장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하기보다는 기존 자기가 가진 고유 사업 영역을 기반으로 재창조하라는 지적이다.
윤완수는 국내 핀테크가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 ‘실물에 녹아든 금융’이라고 함축해 표현했다. 굳이 은행을 찾거나 ATM에 가지 않아도 앉은자리에서 모든 금융 업무를 처리를 하는 게 바로 핀테크라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기존 금융기관이 금융 플랫폼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핀테크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어 두 주체가 함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명 ‘금융 오픈 플랫폼’이다.
그는 “은행이 알리페이, 페이팔을 감당해 내기는 쉽지 않다”며 “한국형 핀테크 기업이 무수히 생겨나고 글로벌 공룡 핀테크 기업에 대항할 시장의 판을 키우기 위해 금융 오픈 플랫폼과 같은 차세대 금융 채널이 생겨나야한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