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녹인 유리빌딩과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지난 2013년 영국에선 황당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워키토키 빌딩이라는 곳 주위에 세워둔 재규어 차량 일부가 녹아내린 것이다. 워키토키 빌딩은 높이 160m, 37층 건물로 전체를 통유리로 설계했다. 그런데 이 건물은 외형이 옆으로 오목하게 들어가 있고 위로 갈수록 넓다. 문제는 이런 형태 탓에 건물에 반사된 태양빛이 거리로 그대로 반사된 것. 재규어 차량 뿐 아니라 이 건물에서 반사된 빛으로 계란프라이를 해먹는 일이 생길 정도였다. 통유리로 만든 건물의 경우 건설 전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아 실내외에 빛 반사로 인한 문제점을 일으키기도 한다.

車 녹인 유리빌딩과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엔비디아가 물리 기반 렌더링을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자이너가 실제 제품, 앞선 예로 따지면 건물을 짓기 전에 실제 같은 환경 그대로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車 녹인 유리빌딩과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워키토키 빌딩의 실제 환경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하는 장면

車 녹인 유리빌딩과 디지털 프로토타이핑

물리 기반 렌더링(Physically-Based Rendering)은 엔비디아가 3월 17∼20일까지 실리콘밸리 산호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15 기간 중 발표한 것으로 실제 물질의 질감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효과. 커튼을 예로 들면 사람은 그냥 보기만 해도 재질, 질감에 대해 대충 알 수 있듯 물리 기반 렌더링은 모델링과 물질(질감), 여기에 조명 효과를 더해 실제 물리적인 느낌을 끌어올린 것이다. 모든 물질이 질감에 차이가 있다는 걸 그래픽 효과에도 반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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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 대한 특성을 알아야 빛이나 조명 효과의 흡수나 반사를 더해도 사실적 묘사가 가능한 건 물론이다. 물리 기반 렌더링은 이런 세부적인 물질에 대한 정의와 조명 효과를 곁들인다. 덕분에 산업 디자이너가 일일이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별도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MDL(Material Definition Language)는 이런 물질의 특징을 정의한다. MDL을 이용해 응용 프로그램간 물리적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지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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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기반 렌더링 기능은 아이레이(Rray) 2015에 포함되어 있다. 아이레이는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생각하면 된다. 렌더링 기능으로 선을 점마다 추적해 빛의 경로를 계산하고 해당 점에 대한 광도와 색채를 정해 화면에 합성, 주로 자동차 모델링 등에 쓰이는 레이트레이싱(Ray Tracing)을 맡는다. 카메라뷰나 각도에 따라서 점마다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사실감 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물리 기반 렌더링을 곁들여 사실감을 더 높이는 건 물론이다. 아이레이 2015는 3DS맥스나 마야 등 주요 그래픽 소프트웨어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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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로 M6000은 물리 기반 렌더링이 소프트웨어 기반인 반면 이를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쿼드로 M6000은 맥스웰 기반 고사양, 쿼드로 K1200은 케플러 기반 미니 워크스테이션용이다. 쿼드로 M6000은 타이탄X에 들어간 GM200 칩을 갖춘 제품으로 쿠다코어 3,072개, 317GB/sec를 지원하는 GDDR5 메모리 12GB, 7테라플롭스 등을 지원하며 4K 화면 4개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 케플러를 기반으로 한 기존 버전에 비해 성능이 2배로 높아졌다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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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발표한 쿼드로 K1200은 스몰 폼팩터를 대상으로 한 워크스테이션용으로 미니디스플레이 포트 4개를 갖추고 있다. 사양은 GK110 칩에 쿠다코어는 2,880개, GDDR5 12GB, 메모리 대역폭은 288GB/sec이며 5.2테라플롭스, 소비전력은 225W다. 엔비디아 측은 이들 제품을 이용하면 물리 기반 렌더링 기능이 CPU(제온 E5 2687W 3.1GHz 기준)보다 4배 빠르게 처리된다고 밝혔다. 가격은 M6000 미정, K1200은 예상가격이 350~370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6일 이후 엘사 등 제조사를 통해 선보일 예정.

쿼드로 M6000과 K1200은 그래픽카드인 반면 함께 선보인 쿼드로 VCA(Visual Computing Application)는 완제품이다. 지난해 엔비디아가 선보인 아이레이 VCA와 마찬가지로 산업 분야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실제로 가깝게 모델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인 것. 이 제품은 쿼드로 M8000 8개를 내장, GPU 8개에 쿠다코어 2만 4,576개를 이용할 수 있다. 메모리도 GPU 개당 12GB를 갖췄고 CPU 코어 수는 20개이며 시스템 메모리는 256GB, SSD 2TB를 곁들였다. 운영체제는 리눅스 센트OS 6.6을 썼고 아이레이 2015, VCA 매니저, 옵틱스(OptiX) 같은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한다. 자동차처럼 실제 렌더링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을 위한 제품이다. 가격은 5만 달러다.

엔비디아 측은 물리 기반 렌더링이나 지원 하드웨어가 주는 가장 큰 장점으로 “디지털 프로토타이핑”을 든다. 디자이너가 일일이 질감이나 이에 따른 조명 효과 등을 작업할 필요가 없고 실시간으로 레이트레이싱을 할 수 있어 가상 공간에서 실제와 똑같은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건 물론 시간이나 비용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실제 데모에서 영국 워키토키 빌딩을 그대로 재현, 빛이 실제로 반사되는 환경을 가상 공간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 건물과 주위 환경에 맞는 빛 반사는 물론 해당 지역과 온도까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했다면 황당한 불상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메시지였을 터다. 물리 기반 렌더링이 자동차나 건물 등 산업 분야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가 실제 같은 환경을 미리 확인하는 가격 이상의 프로토타이핑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 출시는 4월 예정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