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국제유가·환율 변동으로 정유사들의 경영목표 부재상황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나 연구기관도 명확한 예측치를 못내놓고 있어 혼란은 가중됐다. 투자·거래와 관련된 명확한 수치가 없는 깜깜이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주요 정유사는 매출·영업이익 목표, 신규 투자 등 주요 경영 사안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환율도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만큼 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유사의 도입 비중이 80%에 달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해 9월초 배럴당 100달러선을 유지하다 급락해 올해 1월 중순 42.55달러까지 하락했다. 이후 다시 오르내리길 거듭하며 최근 50달러대 초반에 형성돼있다. 이 기간 국제 유가 하락·상승 비율은 각각 60%, 40%대를 오갈 정도로 변동이 극심했다.
이 같은 상황은 4개월만에 80% 가까이 가격이 폭락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최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미국내 공급 과잉으로 급락하면서 금융위기가 가시지 않았던 2009년 이후 최저치인 4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 또한 두바이유의 가격 회복 여력을 꺾어놓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계 제로’ 상태의 유가흐름이 당분각 지속될 전망이다.
정유사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도 강세를 보였다.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오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정유업계는 고환율로 수출에서는 이득을 보지만 외화부채 관리 차원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유가가 반등하거나 일정 가격대에 머물며 안정적 모습을 보이는 상황을 기대한 정유업계의 기대와는 정반대다. 실적 예상은 물론, 영업목표 수립과 재고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어 실적 등 경영 목표가 장기간 잡히지 않은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도 커졌다.
정유사 관계자는 “3월까지 국제유가가 극심한 등락을 거듭했고, 환율도 강세를 보이면서 1분기 실적조차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유가, 환율 변동성 확대로 올해 경영 목표를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내부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