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바라봐, 외모에 속지 마”-덜 익은 삼겹살(하상욱)
자칫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 것 같은데, 제목에서 반전이다. 한번 피식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제목 빼고 내용을 보자. 평소 우리는 상대방의 외모에 안 속을 수 있을까. 목이 늘어난 셔츠, 까치집 머리로 소개팅이나 면접을 보러 갔다고 치자. 첫인상이 별로면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없다. 아마 선택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처음을 판가름하는 게 ‘외모’라면, 제품을 처음 판가름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얼마 전 만난 에어컨 회사 오너는 디자인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우리 제품은 다른 회사 에어컨보다도 성능이 좋고 기술력이 뛰어난데, 디자인이 문제”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디자인을 바꿔보려고 여러 회사에 외주를 주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박한 디자인은 높아진 국내 소비자 ‘눈’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이든 내놓기만 하면 팔려 굳이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았던 중국 기업도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값싸고 촌스러운 이미지였던 중국산 가전이 눈이 높아진 소비자를 만족시키려고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하이얼은 냉장고에 커버를 바꿀 수 있는 디자인 냉장고를 선보이는 등 이전보다 훨씬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기술력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결국 ‘디자인’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휴롬, 코웨이, 바디프랜드 등 국내 가전기업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연일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우리 디자인 수준이 꽤 높아졌음을 입증한다. 디자인 파워를 세계에 과시하며 발을 뻗어 나가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에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는 숱한 제품을 보고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결국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사람 마음을 단숨에 빼앗는 제품이 승자가 되지 않을까.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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