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사람이 마셔도 됩니까?”
A=“얼마든지 마셔도 무해합니다. 하수재이용시설에서 생산되는 물은 용도가 공업용수이기 때문에 약품처리만 하지 않았을 뿐, 정부가 규정한 1등급수 기준을 뛰어넘는 깨끗한 물입니다.”

하수로 만든 ‘물’을 마셔도 된다는데 한번 놀랐고, 공업용수가 ‘1등급’이라는데 또 놀랐다.
지난 20일 찾은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 포항하수처리장 내 하수재이용시설. 태양광발전 설비가 지붕을 뒤덮은 하수처리장 한편으로 역동적인 파도모양을 본 따 세운 ‘포항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 지하 2층에선 하루 10만톤 하수처리수가 공장들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품질기준에 맞춰 공업용수로 변신하는 마술이 펼쳐진다. 영산강에 하수를 방류하기 전 포항하수처리장에서 1차 정화한 하수를 받아 인근에 위치한 포스코 국가산업단지 등 철강공장에 공급하는 공업용수를 만든다. 10만톤이면 52만 포항시민 절반이 생활용수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지하로 내려가자 수영장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소독약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하수처리수로 인한 악취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수영장보다 소독약 냄새는 덜한 느낌이다. 5000개 전처리 분리막과 6200개 역삼투압 분리막이 열을 맞춰서 기계음을 내며 돌아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대형 화력발전소 5층 건물 크기 발전기가 내는 소리처럼 웅장하다.
하루 23만톤 하수가 유입되면 그 중 재생이 가능한 13만톤가량을 전처리 분리막 설비로 투입한다. 이후 1차 정수된 물을 다시 역삼투압설비를 통해 걸러 공업용수로 만드는 구조다. 전처리 분리막 설비에서 입자가 큰 부산물을 대부분 제거하고 이후 역삼투압설비에서 물속 이온까지 깨끗이 정화한다. 집에 설치해 놓은 정수기를 거대한 크기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물재생설비를 통해 정수처리가 어려운 2만3000톤은 막여과방식을 적용한 농축수 처리설비를 거쳐 영산강으로 방류된다.
물의 깨끗함 정도를 평가하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하수로 처음 버려질 때 97.6이고 하수처리장에서 1차 정수 처리 후 물재생센터로 유입될 때 4.3이다. 이를 정수해 BOD 0.1 수준인 공급용수로 만든다. 사람이 마실 수 있는 1등급수가 BOD 1 이하이므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업용수는 포스코 국가산업단지에 하루 8만톤, 공단정수장에 1만3000톤, 동국산업·포스코강판 등에 2000톤씩 공급된다.
재처리수를 이용하는 이들 공장에선 과거보다 약 20% 싼 가격에 공업용수를 공급받는다. 재처리시설 건설 전에는 공단정수장에서 톤당 750원에 공급받았는데, 지금은 550원에 물을 쓰고 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포스코 국가산업단지 역시 이전보다 10%가량 싸게 물을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포항시는 형식적인 하수처리수 재이용 의무화에서 탈피해 신규 수자원 확보와 상·하수에 이은 제3의 물산업 육성을 위해 이 하수재이용시설을 구축했다. 국비 756억원 등 총 1400억원이 투자된 이곳에선 약 4000억원을 투자해야 지을 수 있는 댐에 버금가는 양의 물을 공급한다. 덕분에 포항에서 겪던 공업용수 부족 문제 해결과 방류수 등 영산강 오염원 유입 저감에 따른 수질개선 효과를 모두 거뒀다. 인근 공장은 저렴한 값에 공업용수를 풍족하게 공급 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
이창상 롯데건설 현장소장은 “버려지는 물을 공업용수로 재활용한다는 것이 하수재이용시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물 자원을 아끼고 공업용수를 싸게 공급하는 것 뿐 아니라 영산강 수질 오염도 줄여주는 1석 3조 사업”이라고 말했다.
포항=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