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만난 금융, ‘핀테크’가 향후 산업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국, 미국 등 핀테크 선진기업은 물론이고 중국 알리바바도 ‘알리페이’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금융규제에 막혔다가 이제야 물꼬를 트는 단계다. 금융사는 저마다 핀테크 전담조직을 만들고 IT기업도 관련 시장 개척에 여념이 없다.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하 미래모임)’은 ‘핀테크:현황과 미래전략’을 주제로 금융감독원의 국내 핀테크 지원현황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연사: 구원호 금융감독원 전자금융팀장
패널: 김기영 안랩 R&D센터 실장
윤완수 웹케시 대표이사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
금융감독원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올해 금융사와 IT기업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금융망 개방 요구 등 업계 목소리에도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지난 19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연사로 참여한 구원호 금감원 전자금융팀장은 “핀테크가 금융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점을 금감원도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따른 조직 개편을 마쳤다”며 “올해 규제완화, 행정지원을 비롯해 상생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IT기업과 금융사가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전자금융팀’을 신설했다. 조직 목표는 핀테크 규제완화, 상생지원, 행정지원 세 가지다. 구 팀장은 “규제완화는 사실 금융위에 건의하는 차원이고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상생지원이다”라며 “우리가 핀테크라는 트렌드에서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금융팀의 전신이자 지난해 11월 세워진 금감원 핀테크 상담지원센터는 그동안 124개 핀테크 업체와 상담을 진행했다. 주로 정보통신기술(ICT)업체의 보안성 심의 가능 여부, 창업기업 진입장벽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담사례 및 애로사항에 대해 구 팀장은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개선방향을 검토하고 있지만 각각의 부작용도 뚜렷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실명법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은 규제를 완화하면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범죄가 늘 수 있고, 크라우드펀딩법이 통과되면 투자대상 검증방법이 미비해 개인투자자의 투자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식이다.
구 팀장은 금융사나 IT기업 모두 제도나 규제완화 자체보다는 핀테크 기술 발전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18일 금감원은 영국의 진단포럼을 벤치마킹한 ‘기술진단포럼’을 개최했다. 핀테크 기업의 기술을 소개하고 전문가 평가와 제언을 담은 보고서를 보내주며 금융사들이 참여해 자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구경할 수 있는 장이다.
구 팀장은 “어떤 업체는 그동안 만나고 싶어도 기회가 닿지 않았던 금융사 실무진과 대거 접촉하고 모 은행 부행장에게도 전화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며 “제도같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기술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을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망 개방 요구는 전망에 관련된 부분이라 조심스럽지만 금융사와 IT기업 접촉이 점차 늘어날 수 있다면 이 문제도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 같은 ‘장’을 추가적으로 만들 계획이다. 내달 2일 시작하는 ‘핀테크 원탁회의’도 그 중 하나다. B2C 뿐 아니라 B2B 영역의 핀테크 기업도 한 자리에 모은다. 또 ‘스타트업 워크숍’을 정례화한다. 창업기업의 핀테크 생태계 정착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로 금감원이 중간에서 금융규제, 자금지원 등을 안내하고 액셀러레이터 등 민간지원 기관과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모임에서는 미국 ‘루프페이’와 국내 ‘SSG페이’가 최신 사례로 소개됐다. 루프페이는 애플페이와 달리 전용 리더기가 아닌 기존 카드 결제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는 5월 출시할 신세계 SSG페이는 선불과 후불 복합결제 기능을 갖추고 결제 전 과정을 간소화했다.
영국, 미국 등 핀테크로 앞서가는 시장 현황도 소개됐다. 현재 전 세계 핀테크 기업은 미국이 374개, 영국 57개, 싱가포르 15개, 중국 10개, 홍콩 7개, 일본 4개가량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감독청 내에 핀테크 전담조직 ‘이노베이션 허브’는 지난해 10월 28일 설립됐다. 구 팀장은 “금감원 내 핀테크 상담지원센터가 생긴 시점이 지난해 11월 13일인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며 “다만 그동안 많이 준비해왔던 시장(영국)과 붐이 일어 뒤늦게 따라가는 시장의 차이가 있기에 시장범위나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 팀장은 “사업하는 분들이 법률적인 내용을 다 알지 못하고 금감원도 시장과 업계 목소리를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관련 포럼, 조찬, 만찬 등을 많이 다니고 있다”며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기조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면서 관련 규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