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체결에도 중소기업은 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비관세 업종 중소기업이 관련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FTA가 체결돼도 중국 정부의 각종 내수산업 보호 규정에 막혀 진출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고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산 공세에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 광학필름 등 비관세 업종의 경우 한-중 FTA 체결 이후에도 여전히 통상 장벽이 존재하며 외자기업에 대한 투자 제한도 완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수혜 산업으로 지목됐던 의료기기 산업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주요 한 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현재 중국시장에 진출해 FTA로 혜택받는 것은 없다”며 “중국 정부가 수입 의료기기에 대한 인허가 검증 절차를 3년으로 못박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려면 3년이 지나야 하는 것이 웃지 못할 현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의료기기 등 중국시장 자체 수요는 크지만 정책적으로 접근을 막아 경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광학필름 산업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중 하나로 중국 모바일, 태블릿 시장으로 진입, 제품경쟁력 강화가 예상됐지만 현실은 다르다.

광학필름 업체 관계자는 “같은 제품을 납품해도 중국 정부와 지방 정부의 규정이 다른 경우가 있으며 납품 시 벌금이 부과되면 외국업체라는 이유로 중국업체보다 5배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술적으로 앞서 있어도 차별 대우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만연해 있다”고 토로했다.

이외 화장품 등 비관세 종목에 대해 양국간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음에 따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있다는 지적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비관세 종목과 관련한 통상 장벽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지한다”며 “현재 정부가 중국 측과 지속적인 협의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앞으로 완전히 해소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올해 중소기업청은 중국 현지 진출거점 및 유통망 확충을 위해 내륙지역 현재 5개의 수출인큐베이터를 오는 2017년까지 10개로 확대한다. 현지 중소기업 지원센터도 7개소로 늘린다.

국내 벤처캐피털과 모태펀드가 5000억원 규모의 중국진출 지원 전용펀드를 조성하고, 중국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기술혁신 및 제품개발을 지원하는 ‘중국 진출 중소기업 R&D’도 확대키로 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중 FTA에 대한 중소기업 활용률을 높이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려면 비관세 종목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해소 의지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