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블로그 저작권과 학위 논문 표절

최근 남태평양의 한 국가를 다녀왔다. 출발 전 나라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전반적인 지역에 대한 정보는 부족해 서점을 찾았다. 대형서점에 필요로 하는 책이 두권 정도 있었다. 하지만 제작연도가 오래되었고 그다지 자세한 정보가 들어가 있지 않아 구매를 포기하고 인터넷을 뒤졌다.

조용상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산학협력실장
조용상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산학협력실장

매우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고 출력물을 읽으며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최근에 많은 지역 정보, 여행, 음식점, 의류매장, 병원, 미용실 등 생활전반에 관련된 정보가 인터넷 블로그에 소개된다. 포털사이트에 삼청동 브런치라는 단어 검색을 하면 약 9000여건 이상의 블로그가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고민할 논의점이 있다.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블로그, 커뮤니티에 ‘짤방’을 등록하면서 ‘이 이미지를 써도 되나’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블로그에 모두 자신이 직접 찍고 집필한 사진과 글만 올라갈지 추측해보면 걱정할 점이 많다.

해당 기사나 글에 걸맞은 사진을 모두 찍는 것은 직업으로 하지 않는 이상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찾아내는 것도 만만찮은 일입니다. 따라서 남의 글이나 사진 등을 아무런 생각 없이 도용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가끔 문제가 터지는 사례가 있지만 남의 일처럼 생각하기 일쑤다.

가까운 지인이 몇 년 전 인터넷 뉴스 기사에 게재되어 있는 연예인의 웨딩사진을 블로그에 옮겨 사용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본인은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이런 게시물만 살피는 무슨 법무법인인지 하는 업체로부터 고소장과 함께 수백만원을 내면 합의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지인은 처음에 스팸이거니 생각하고 이메일을 열어보지도 않았다가 한참 후 똑같은 메일을 받고 알게 되었다. 사진을 바꾸어 이용한 것도 아니고 특히,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도 아니었는데 고소를 당하다니 그 친구는 매우 당황해 했다.

이 친구는 뉴스에 실린 사진들은 해당 언론사의 로고나 문구가 들어가 있으므로 편히 이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큰 오산이었다. 다행히 해당 언론사에 아는 지인이 있어 급히 문제해결을 부탁했고, 이후로는 전혀 법무법인 등으로부터 후속 연락은 없었다고 한다. 한편의 어이없는 사건은 그리 지나갔다. 이후 지인은 최대한 연예인이나 타 블로그의 사진과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절대로 인용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이 있다. 모든 포털사이트의 포스팅 창 하단에는 창작자 표시에 대한 설정을 상세하게 할 수 있는 CCL이 있다. 이 표현은 블로그 게시물의 상업적 이용 허용 유무와 저작물의 변경 조건에 대한 환경을 설정할 수 있는 정보다. 관리자 페이지에서는 위젯으로 블로그 홈에서 들어낼 수 도 있고, 들어내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은 폐쇄하여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과거 내 블로그의 글은 대부분 본문 스크랩 허용으로 글을 등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로 캡처돼 타 블로그에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논하다 보니, 과거 내 게시물을 허락 없이 도용해 모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해프닝이 떠올랐다. 처음 그 상황을 확인했을 때는 같은 업종에 있으니 좋게 수정 요청을 했고, 잘 마무리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수정 요청한 창작자 표시와 해당 글의 원본 게시는 매우 단순하게 글 일부에, 심지어 문구 흐름에 전혀 맞지 않게 내 블로그 이름만 넣었다. 이는 아쉬움을 넘어 약간의 분노를 느끼게 하였다. 그리고 그 회사의 대표를 모 회의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내게 일절 언급이 없었다.

순수하게 그 글을 인용했다면 괜찮았겠지만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글에 접목시켜 사용했다는 것에 유감이었고 해당 글이나 블로그의 수준이 내 이상과 맞지 않다는 회의가 들었다.

결국, 포털사이트 서비스센터에 해당 도용 글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와 블라인드 처리 요청을 했다. 동일 업종이나 분야에 있다면 이왕 협력해 상생할 방법을 도모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같은 분야에 있다면 언제든 만난다. 인터넷 안에서의 지적 재산,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매우 중요하다. 공부와 연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학자로서의 윤리서약이라는 것을 하며 다른 저작자의 글과 생각을 함부로 인용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윤리에 위배되는 것임을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배우고 있다.

대학원 이상의 석사, 박사의 과정에서 학위논문이나 연구논문을 집필할 때 윤리서약은 필수다. 그래서인지 배움이라는 것은 단지 지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더욱 겸손해짐을 배우는 것이다. 내적인 성숙함과 사람에 대한 진실과 정직함, 세상 그 무엇에도 겸손하게 임하는 모습 들이 사는 동안 생각하고 실행해야 하는 올바른 연구자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조용상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 profundis@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