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사의 생활가전 실적이 올해 1분기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해외진출’이 이들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됐다. 해외 연구개발(R&D) 기반 마련과 관련 인력 흡수를 통해 ‘중국 생활가전 세계화’에 적극적이다.
24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 중국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3대 생활가전 출하량은 물량기준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고 3%, 세탁기 3%, 에어컨 8%였다. 일주일에 걸친 2월 춘절 연휴 때문에 가동을 멈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지난해부터 누적된 재고도 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일부 공장의 경우 가동중단이 춘절 이후에도 계속됐다.
품목별로는 날씨 영향을 받은 에어컨(온풍기 포함)의 부진이 눈에 띈다. 선전, 홍콩 등 고소득층이 많은 중국 남부에서 에어컨의 판매가 줄어 3월 재고가 평상시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냉장고와 세탁기도 출하량이 감소했다.
IHS는 중국 가전사들이 연간실적을 맞추기 위해 춘절 전 판촉활동을 강화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건국기념일 이후 지속적으로 할인 등 소비 유인책을 내놓고 12월에는 연간 목표달성을 위해 제품마다 평균 10%, 에어컨은 이보다 더 큰 폭의 할인을 쏟아냈지만 소비자의 낮은 관심으로 이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감소추세는 이달부터 반전될 전망이다. 여름에 가까워지는 2분기 특성상 냉방용 에어컨과 냉장고 수요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가전사들이 프리미엄에서 중·저가형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면서 출하량 증가를 견인한다. 특히 인버터 에어컨, 대용량 냉장고, 드럼 세탁기는 5년 이상 안정적인 성장이 점쳐졌다.
가격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향후 제조사 간 개발·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무기로 ‘물량공세’를 발판삼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아시아와 서구권에서 성장기반 마련에도 나선지 오래다. 우리 업계도 삼성전자가 중국 베이징에 ‘프로젝트 이노베이션 팀(PIT)’을 운영하고 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중국 기업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국업계의 반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이얼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이얼은 자회사 ‘하이얼 아시아’를 통해 70억엔을 투자, 지난 20일 일본 사이타마현에 ‘하이얼 아시아 R&D 센터’를 마련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하이얼 아시아는 하이얼이 지난 2011년 일본에서 옛 산요 가전부문을 인수해 설립됐다. 직원 대부분을 고용승계해 전체 구성원 중 99%가 일본인이다. 중국 자본력에 일본 기술력을 합쳐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