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정 특허법 통과 임박.. `미 진출 스타트업 특허침해 대응력 저하 우려`

미국 특허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특허괴물(NPE)의 주요 타깃 중 하나가 한국 기업이다. 이를 감안할 때 현지에서 국내 기업이 무분별한 소송을 당하지 않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은 환영받고 있다. 동시에 특허침해 소송 제기 기준도 높아져 특허권 행사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허 전문인력이 없는 스타트업에겐 대응력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버지니아주 연방하원에서 재발의된 ‘특허법 개정안(Innovation Act)’이 오바마 정부 지원을 받으며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소송을 제기할 때 제출해야 하는 소장에 특허 침해 사실을 보다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사실 진술의 기준을 높여 특허소송 초기에 무분별한 소장 접수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막대한 특허소송 비용을 대부분 패소자가 승소자에게 지불하도록 의무화했다. 자신의 권리를 지킨데 따른 비용을 별도로 받지 않는 셈이다. 특허 소송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증거개시 규정에도 제한을 둬 특허권자의 소송 비용을 줄이도록 했다. 증거개시란 미국 민사소송법에서 소송과 관련된 사실관계나 증거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이용하는 절차를 말한다.

개정안은 특허권 최종권리자(양수인)를 명확히 밝히고 특허청에 양수인의 정보를 제출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특허권자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무분별한 특허 소송을 진행하는 특허괴물 비즈니스 모델을 무력화하겠다는 목적이 있다.

반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 규모가 영세한 스타트업은 특허권 행사를 위한 소송 제기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NPE의 무분별한 특허소송은 줄어들 수 있지만 침해소송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특허 소송을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게 되면 스타트업이 침해 대기업에게 오히려 해당 특허를 팔라고 요구받거나 특허 무력화 소송을 통해 권리를 빼앗기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은 미국 NPE의 단골 타깃이다. 미국 특허소송 대응 협동조합인 유니파이트페턴츠에 따르면 지난해 NPE가 미국에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은 128건에 달한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가 4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LG전자 계열사(40건), 현대기아차그룹(26건), 팬택(13건) 순이었다. 작년 한해동안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은 총 147건이며 이중 87%가 미국 NPE가 제기한 소송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미국변호사는 “과도한 특허소송 비용으로 불평이 극에 달한 미 산업계를 중심으로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으며 오바마 행정부도 뚜렷한 이견은 없는 상태”라며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미 특허소송에 대한 접근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