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대, `이매지네이션 하우스`로 창업선도대학사업 박차 가한다

대학 시절 창업동아리에서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3D 콘텐츠 사업을 구상해 온 김진겸 비타민상상력 대표. 그는 지난해 졸업 직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예비기술창업자로 선정돼 학교에서 창업자금과 사무공간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산학융합 3.0버전의 새로운 특성화 전략을 내세운 한국산업기술대학교가 학생 창업지원을 시작한지 5주년을 맞았다. 00일 경기도 시흥시 본교에서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휴대폰 케이스 제작 회사인 ‘웨이테크’, 증강현실 제작회사인 ‘비타민상상력’ 대표 학생들이 만든 제품을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산학융합 3.0버전의 새로운 특성화 전략을 내세운 한국산업기술대학교가 학생 창업지원을 시작한지 5주년을 맞았다. 00일 경기도 시흥시 본교에서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창업한 휴대폰 케이스 제작 회사인 ‘웨이테크’, 증강현실 제작회사인 ‘비타민상상력’ 대표 학생들이 만든 제품을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1인 창조기업으로 출발했지만 부족한 것이 전혀 없다. 필요할 때마다 동아리 후배를 임시 직원으로 영입해 작업하면 된다. 지금도 사무실에는 많으면 10명 이상 후배가 함께한다.

그렇게 개발한 3D 콘텐츠가 바로 출판업체와 협력해 내놓은 공룡 3D북 ‘공룡랍토르’다. 이달 말 업그레이드 버전인 ‘공룡이야기’ 앱을 구글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등록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3D북에 담은 공룡 얼굴에 가져다 대면 책 속에서 3D 공룡이 튀어나오는 앱이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튀어나온 공룡은 확대·축소·회전·이동이 모두 가능하다. 3D북은 다음 달 중순께 나온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매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후배들과 함께 비타민상상력을 증강현실 3D콘텐츠 전문 업체로 육성하겠다는 꿈도 현실화되기 시작됐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창업선도대학 사업이 눈에 띄는 창업지원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1년 중소기업청 창업선도대학 사업에 처음으로 참여한 이래 지난 4년간 150개가 넘는 창업기업을 배출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만들어준 일자리도 500개가 넘는다. 비타민상상력도 그 가운데 하나다.

대학 내 창업뿐만 아니라 지역 고등학생 대상 창업캠프와 해외탐방 등을 병행, 100명의 고등학생에게 해외 창업 연구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일반인 대상으로도 총 150명에게 실전창업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실시한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창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36.5%에 달했고, 창업의향도 15%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항목에 2011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각각 14.2%, 3.5% 였다.

◇제조업 창업에 중점=산기대는 이 같은 성공 배경으로 타 대학과 달리 제조업 창업에 중점을 두고 지원한 점을 꼽는다. 배출기업 60% 이상이 제조분야 기업이고, 이는 시화·반월 공단 특성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산기대만의 우수한 산학협력 인프라와 사후지원 노력도 주요 성공 요인이다. 산기대는 학내 인프라를 활용해 창업기업이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준다. 가족회사로 등록해 대학이 보유한 장비와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지도교수를 지정해 협업으로 산학연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대학기술지주회사에서 투자를 실시하는 등 사후 관리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성공할 때까지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비타민상상력에도 지주회사로 참여했다.

◇학내 창업지원 기능 하나로 통합=산기대는 창업교육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련 조직이 대학 내부 조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중기청 지원으로 설치한 창업지원단을 창업지원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그 산하에 창업교육센터를 비롯한 기존 학내 조직을 통합했다. 기존에는 창업교육을 사업베이스로 운영하다 보니 사업을 위한 사업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이 보유한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따로 따로 운영하는 비효율도 제거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산기대는 창업교육 과정을 우수한 예비창업자를 발굴하고 선발해 양성하고, 성공적인 사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자금과 공간, 멘토링 등을 지원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지원대상 기업은 1년 동안 지원하고 차기 1년은 후속화 지원으로 보살핀다.

◇이매지네이션하우스 구축 계획=산기대는 올해부터 핵심발전전략으로 창업플랫폼인 ‘이매지네이션 하우스’ 구축에 나선다. 이매지네이션 하우스는 이재훈 총장이 지난해 말 개교 17주년을 맞아 대학 특성화 전략으로 발표한 ‘산학융합 3.0’ 전략에 따른 개방형 창업플랫폼이다. 시흥시가 내년에 산기대 인근에 건축하는 창의 창작소에 개소할 예정이다.

이매지네이션 하우스가 지향하는 목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주는 통합적 지원이다.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보유한 지식과 기술, 산학협력 인프라와 학생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대학 스스로 우수한 창업기업을 배출해 일자리를 만들자는 전략이다.

대학 역할을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수동적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창업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적극적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창업 핵심 역량은 ‘창의력’과 ‘도전정신’입니다. 창업교육은 창업 과정을 알려주는 교육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핵심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고혁진 산기대 창업지원본부장은 산기대 창업교육 전반을 책임진 교수다. 창업교육센터장으로 시작해 창업지원단장을 겸임하다 이를 확대한 창업지원본부장까지 맡았다. 고 교수는 일찌감치 창업 실패의 아픔을 겪어본 인물이다. 그가 내세우는 창업교육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고 교수는 “창업교육이 단순한 정부기관 예산사업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교 내부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칭사업이 뿌리를 내리려면 대학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얘기다. 산기대가 창업교육 관련 기능을 창업지원본부로 통합하는 데도 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학교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창업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학내 조직도 매칭사업만을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교내 상시 조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 교수가 밝힌 창업지원 기능 통합의 배경이다. 고 교수는 “전국 420여개 대학이 변하면 전국에 그만큼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생기는 셈”이라며 “창업선도대학사업을 확대해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청년창업기업을 육성해 대학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