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통한 핑크색 모델로 베트남 시장을 뚫어보겠습니다.”-중소기업 관계자
“아닙니다. 베트남에서 핑크색은 운동용품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푸른색으로 공략하는 게 맞습니다.”-베트남 SCJ(CJ오쇼핑 합작사) MD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25·26일 이틀간 CJ오쇼핑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해외바이어 수출상담회’ 현장은 뜨거웠다. 행사는 양측이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 지원을 위해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대고객 접점 창구인 TV홈쇼핑과 수출지원기관이 손잡고 진행해 관심이 높았다. 400여 업체가 참여를 신청했다. 주최 측은 참여자 간에 깊이 있는 상담을 위해 미리 해외에서 통할 아이템만을 선별했다.
행사에는 길게는 10년 넘게 해외에서 구매담당자(MD)로 활동한 해외 시장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국 기업에 해외 성공 가능성과 이를 위한 필수조건 등을 설명했다. MD는 CJ오쇼핑이 설립한 중국·태국·베트남·필리핀·인도·터키·일본 7개국 9개 지역 TV홈쇼핑 근무 인력이다. 이들은 국가별 TV홈쇼핑을 활용한 수출 절차와 현지 시장 특징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수년 동안 히트상품을 발굴하며 체감한 상품 개발 노하우를 전한 셈이다. 동시에 현지 TV홈쇼핑에 소개할 제품을 물색하고 잠재 우량 공급사 발굴 취지도 담았다.
현장에서 본 MD들은 날카로웠다. 연이은 상담으로 지칠 법도 했지만 참신한 아이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때론 강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주최 측에서 사전에 검증을 하기는 했지만 당장 TV홈쇼핑에 올리기에는 부족한 점을 발견해서다.
중국에서 온 양레이 MD는 “중국은 지역별로 생활환경이 매우 다르다. 예컨대 동북지방은 마룻바닥 문화고 상하이는 장판 문화”라며 “이런 기본 지식을 모른 채 접근하는 곳이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시장 개척에 나서는 중소기업에는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좋은 조언이 이어졌다. 운동기구를 생산하는 아이넷의 조양수 대표는 “MD와 얘기를 하다 보면 국가마다 기호와 취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상담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만약 현지에 열리는 전시회에 참석한다면 2000만~3000만원이 소요된다”며 “돈은 둘째 치고 계약 체결이 쉽지 않다. 샘플만 보내라고 할 뿐 연락은 오지 않는 때가 태반”이라고 해외시장 개척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방을 유통하는 정주헌 꼬레인터내셔널 CEO도 “국내에 해외시장 관련 자료가 많이 있지만 해외 전문가가 우리 제품을 직접 보고 던지는 말 한마디는 다르다”며 “해외에 가지 않고도 현지 시장 전문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매우 뜻깊은 자리”라고 강조했다. 정주헌 CEO는 이어 “중소기업은 자금도 부족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해외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게 힘들다”며 “해외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 이런 자리야말로 진정한 대·중소기업 상생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는 해외 MD에게도 한국 제품 수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파리? 시놈니콤 GCJ(태국) MD는 “이곳에서 만난 한 다리미업체는 태국에서는 그냥 무시됐던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소개했다”며 “이 제품을 TV홈쇼핑에 올리면 좋은 결과를 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타오친 중국 동방CJ MD도 “상담한 열 곳 가운데 세 곳은 중국 TV홈쇼핑에 소개를 해보고 싶다”며 “설계나 디자인이 뛰어나고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게 느껴진다”며 한국 제품을 높게 평가했다. 타오친 MD는 다만 “TV홈쇼핑에 올리는 만큼 단순히 말로 성능을 설명할 것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보여준다면 이해가 빨랐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한한 MD들은 CJ오쇼핑의 동반성장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파리? GCJ MD는 “CJ라는 회사를 잘 몰랐는데 이번 상담회로 한국에서 어느 정도 위상에 있는지 알게 됐다”며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높은 가치를 실현하려는 기업으로 보여 자부심을 느꼈다”고 전했다.
행사를 공동 주최한 무역협회도 이번 자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주동필 무역협회 마케팅협력실 부장은 “판매 채널이 다양화되는 데 맞춰 수출업체는 해외 시장 공략 전략을 짜야 한다”며 “해외에 우리나라 홈쇼핑업체가 있다는 것은 좋은 제품을 만들면 해외로 바로 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