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자의 허심탄회]국민연금, 감사원 `낙제`억울할 것 없다...`주먹구구식` 비전문 리더십 탓

감사원의 국민연금 실태감사 결과에 대해 경악스럽기까지 한 것은 기자뿐 아닌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된 심정이다. 리더십의 문제로 알려진 국민연금 운영 실패 요인은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사항이다.

하루빨리 전문 리더십의 복원으로 국민들의 불만을 가라않히고 안정된 미래를 보장하는 시스템을 강구해야만 국민연금을 둘러싼 의구심이 사라질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16일 ‘국민연금 운용 및 경영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100점 만점에 5점짜리 성적표를 국민연금공단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100페이지가 넘는 보고서를 통해 총 20개에 달하는 감사결과 처분요구와 통보사항을 공개했다. 문제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1개 항목(공적자료를 활용한 수급권 조사로 국민연금 부정수급 방지 등에 기여)뿐이라는 것.

감사원은 목차에서부터 이를 제외한 나머지 19개 항목에 부적정, 보완, 미흡, 불합리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의 실제 수익률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예상보다 1%포인트 낮을 경우 오는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포인트 낮을 경우 기금 소진 시기는 오는 2051년, 3%포인트 낮을 경우 오는 2049년에 국민연금기금이 모두 사라진다.

기금 소진시기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 및 의결하는 ‘운용위원회’도 도마에 올랐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전체 위원 20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산운용전문가는 한명도 없다. 관련부처 공직자(기획재정부 차관 등)나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등이 기금운용을 심의·의결한다.

또한 자산운용사도 선정을 잘못해 맡겨놓은 기금 가운데 183억원을 돌려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되레 4248억원을 더 맡긴 사례도 나왔다.

심지어 성과를 내지 못한 해외 현지 운용사를 `봐준` 사례도 있었다. 해외주식 거래를 위탁한 현지 운용사들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현지실사를 나가 수익을 내지 못했음을 확인하고도 `노력하고 있다`는 명분을 달아 기금을 부실 운용사들에 그대로 맡겼다. `도둑 고양이`에게 국민이 노후에 먹을 `생선`을 맡긴 꼴이다.

국민연금공단 직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도 도마에 올랐다. 직원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정부 지침보다도 많게 산정·지급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로 인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정부의 기준을 적용해 경영평가 성과급과 내부평가급을 계산한 결과 총 3억1078만원을 더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금도 마찬가지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퇴직한 임직원 206명에게 1년 미만의 근속기간을 부풀려 2억6861만원의 퇴직금을 과다지급했다.

위에 언급한 사실들 보다 제일 허망한 것은 결과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자세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에는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면서 “전에는 징계 등의 사후조치를 하라는 지시나 고발 등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개선점에 대한 지적 정도였다. 다른 기관 감사 결과에서는 찾기 힘든 모범 사례도 하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얼마나 절망스런 자기인식인가.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다.

조창용기자 creator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