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미래, 판교테크노밸리]<하>숙제가 많다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입주하려는 기업이 벌써부터 대기표를 뽑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광교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 신축 비즈니스타워나 벤처빌딩에 입주하려던 기업은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계획 발표 이후 하나 둘 계획을 백지화하기 시작했다. 입주 시기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판교행을 택하겠다는 의도다.

판교테크노밸리 일출.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판교에 또 다른 빛줄기를 던져주고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일출.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판교에 또 다른 빛줄기를 던져주고 있다.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할 예정이라 분양가는 물론이고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제2판교테크노밸리가 기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리해야 할 숙제가 많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는

지난해 10월 남경필 도지사는 취임 100일을 기념해 ‘넥스트 판교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 총 7000억원을 투입해 46만㎡(약 14만평) 규모 제2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 기존 판교테크노밸리와 함께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벤처지원시설이 밀집한 첨단 R&D단지로 육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국토교통부는 판교테크노밸리 북쪽 그린벨트 해제용지와 도로공사 이전부지 및 한국국제협력단 용지 등 약 43만㎡ 규모 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정부안을 내놨다. 이곳을 각각 복합산업공간과 혁신교류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연계성과 형평성

경기도와 국토교통부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일단은 토지 소유주인 정부가 주도권을 쥔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로는 정부가 조성 방향 설정에서부터 시공까지 맡고, 경기도는 분양과 관리를 맡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듯하다. 지분이 30% 정도에 불과한 경기도로서는 개발 주도권을 내주고 골치 아픈 업무만 떠안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연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기존 판교테크노밸리 연장선상에서 확장 개념으로 조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더할 것이 있으면 더해야 한다.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존 판교테크노밸리는 10년 전 분양 가격이 평균 잡아 3.3㎡(평)당 1200만~1300만원 선이었다. 새로 조성하는 단지는 900만원 선이라고 한다. 전매제한 기간도 10년이었으나 새 단지는 5년 밖에 안 된다. 새 단지는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해 용적률을 450~500%까지 보장해 주고, 각종 세금 감면 혜택도 제공한다.

엄청 큰 특혜다. 입주를 원하는 기업이 줄을 서는 판에 이렇게 많은 특혜를 줘야 할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기존 입주기업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것이 뻔하다. 향후 입주기업 간에 깊은 갈등의 골이 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형평성 문제는 사전에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다.

◇대책도 실효성도 없는 임대 비율 제한

기존 판교테크노밸리가 모든 부분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임대 비율 문제는 큰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경기도는 판교테크노밸리 부지를 초청연구용지·일반연구용지·연구지원용지로 나눠 분양했다. 100% 자가 사용해야 하는 초청연구단지는 3.3㎡당 500만~800만원, 절반 가까이 임대할 수 있는 연구지원용지는 1500만~1800만원에 분양했다. 임대 비율에 따라 분양가에 차이를 크게 뒀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임대비율을 지키지 않는 곳이 속출했다. 자체 사용률이 떨어지자 각종 편법을 동원해 임대비율을 높이더니 급기야는 대놓고 임대사업을 벌이는 기업도 등장했다. 당연히 비싼 가격에 연구지원용지를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하던 기업은 펄쩍 뛰었다.

도 관계자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벌써 몇 년째 골머리를 썩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임대비율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처벌 규정은 없다. 임대비율 제한 규정은 있으나마나 한 상태가 돼버렸다. 이 또한 단지를 확장하면서 해소해야 할 부분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다. 책상 앞에 앉아 툭툭 던지는 방안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제2판교테크노밸리 구상을 새로 하더라도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지사정과 특성을 잘 아는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