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떨어지는 전기차 충전기 보급책…수요자 선택권 줘야

설치조건 까다롭고 불편…구매자 완속충전기 무상지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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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자동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이 특종 기종에만 국한되는 등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전기 보조금 수혜자들이 기기 성능을 문제 삼아 무상지원을 거부하는 등 반발이 현실화됐다. 수요자 지향적 충전기 선정과 보조금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효성 떨어지는 전기차 충전기 보급책…수요자 선택권 줘야

29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완료되는 서울시 전기차 민간 보급(182대) 사업에 100명에 가까운 구매자가 완속충전기 무상지원을 포기하거나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민간보급 공모를 마감한 제주·창원 등 다른 지자체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완속충전기(7.3㎾h급)를 포함해 설치비 600만원을 무상 지원하지만 대상자 선호도는 떨어진다. 충전기 설치 사전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충전기 자체가 개별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민간보급 사업으로 완속충전기를 지원 받으려면 주민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충전기 설치 공간에 필요한 전용 주차면을 확보해야만 민간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충전기로 생긴 전기요금을 해당주민 전체가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오해로 반대 여론까지 많은 상황이다.

또 충전기를 쓰던 가구가 이사를 가면 충전기 이전에 따른 추가 공사와 비용이 발생해 부담이 크다.

전기차 수요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기택시 등 영업용이나 집단사업장에서 여러 대 전기차를 구매할 때는 완속충전기보다 중·급속충전기를 선호한다. 영업주행을 위해선 신속한 충전이 필요하고 중·급속충전기 1기로 다수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 혜택은 여기까진 닿지 않아 개별 구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층이 다양해짐에 따라 정부가 충전기 보조금을 동일하게 지원하더라도 중속·급속충전기까지 소비자 선택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유럽 등 선진국은 이미 완성차나 서비스업체 중심으로 충전인프라를 소비자 수요에 맞게 자율적으로 구축한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은 개인별 충전기 보급보다는 완성차나 서비스업체가 소비자 요구에 맞게 충전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기아차는 최근 일본 마루베니상사와 유럽 전역에 중속충전기 150기를 설치 중이다. 프랑스 전기차셰어링 오토리브도 올해부터 4년간 1만6000대 중속충전기 구축 계획을 내놨다. BMW도 지난해말 보쉬와 손잡고 중속충전기를 구축키로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부가 직접 급속충전기를 공공시설물에 구축하는 것 이외에는 중·급속충전기 지원책이 없어 민간이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정부 무상지원 없이도 자체 해결하려는 전기차 신청자가 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충전기 선택권을 준다면 전기차 보급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우리나라 전기차용 충전기 이용현황 / 자료:정부·지자체·업계 취합>


표.우리나라 전기차용 충전기 이용현황 / 자료:정부·지자체·업계 취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