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0년 유럽, 밤하늘에서 잘 보이지도 않던 별이 갑자기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백조자리 머리 근처에 위치한 이 별은 날이 지날수록 밝게 빛났다. 하늘을 바라보던 천문학자는 이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별은 1670년 6월부터 빛나기 시작하다 이듬해 10월 어두워졌다. 1672년을 마지막으로 다시 관측되지 않았다.
천문학자는 이 진귀한 경험을 기록에 남겼다. ‘별자리 지도의 아버지’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헤벨리우스는 이를 ‘작은 여우자리 신성(Nova Vulpeculae) 1670’이라 이름 붙였다. 현대 천문학자들에게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록된 신성의 모습으로 알려졌다.
신성(Nova)은 육안이나 망원경으로도 관찰하기 힘들 정도로 어둡던 별이 갑자기 밝아져 수일 내에 광도가 수천~수만 배에 이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후 빛의 밝기가 점점 낮아져서 수 백일에서 수 년 뒤 원래의 밝기로 돌아간다. 망원경이 생기기 전 서양에서는 하늘에 새로운 별이 탄생한다고 해 이를 ‘신성(새 별)’이라고 명명했다.
신성은 별 표면의 얇은 층이 폭발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20세기 천문학자는 별(준왜성·왜성)이 적색 거성과 가까이에 있을 때 왜성이 거성으로 빨려 들어가고, 새로운 핵반응을 일으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신성 현상이 나타난다고 봤다. 이는 신성의 원인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학설이다.
이에 따르면 신성은 매초 수백~수천㎞ 속도로 가스를 우주로 분출해야 한다. 천문학자는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이 남기고 간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이 있었다고 예측되는 곳에서 희미한 우주 구름을 발견해 냈지만 기술적 한계로 더는 추적이 불가능했다. 이렇게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은 미스터리로 남는 듯 했다.
최근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이 ‘신성’이 아니라 두 별이 충돌해 일어난 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마스 카민스키 유럽남방천문대(ESO) 및 독일 막스플랑크전파천문학연구소 소속 천문학자가 연구를 주도했다. 연구진은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 근처 주파수 파장과 서브밀리파(submillimetre)를 관찰해 매우 독특한 조합의 분자로 가득한 차가운 가스와 그 속에 있는 잔해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아타카마패스파인더실험망원경(APEX)과 서브밀리미터배열(SMA), 에펠스베르크 전파망원경을 활용해 가스 속 화학성분과 동위원소 비율을 파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차가운 가스를 이루고 있는 물질들의 질량(mass)이 폭발로부터 나오기엔 너무 컸다. 가스의 동위원소 비율도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 주변에서 나올 것이라 예측되는 값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이 신성보다 훨씬 관찰하기 힘든 두 별의 충돌 현상인 ‘붉은 신성(red transient)’이었다고 결론 냈다. 두 별이 부딪혀서 폭발하면 신성 현상보다 밝은 빛이 나오고 별 내부 물질이 우주로 뿜어져 나온다. 이 입자들과 먼지로 가득한 차가운 가스를 만들어낸다. 최근 발견된 별 폭발 유형 중 하나로 ‘작은 여우자리 신성 1670’ 잔해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논문 공동 저자 칼 멘텐은 “이번 발견은 정말 기대하지 않아 더 흥미롭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