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준다’는 옛말이 있다. 언뜻 이해가 안 되는 이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매생이국은 끓어도, 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음식 중 하나다. 따라서 매생이국을 뜨겁다 말하지 않고 내놓으면, 이를 후루룩 마시다가 혀를 데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까 밉상인 사위를 골탕 먹이기 위해 나온 말인 것이다.
옛 선조들이 한번 웃자고 한 얘기겠지만 뜨거운 매생이국에서 김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매생이국을 퍼놓으면 아주 뜨거운 상태인데도 김이 오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매생이가 가진 고유의 점질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혀가 데여도 좋으니, 꽃샘추위가 다가기 전에 매생이국이나 한 번 더 먹고 싶다”고 말이다. 그만큼 매생이는 추위를 잊게 해주는 겨울철 최고 보양식이자, 다가오는 봄날을 생기 있게 맞이할 수 있는 활력소로 인정받고 있다.
매생이는 겉보기에 파래처럼 생긴 푸른색 녹조류다. 매생이란 이름은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로, 주로 겨울철에 맛볼 수 있는 겨울철 별미로 유명하다. 보통 11월에서 다음 해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이 제철인데, 전남 강진, 완도 등 깨끗한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남도지방 특산물이다.
조선시대 대표적 실학자 정약전은 그의 저서 자산어보에서 매생이를 ‘누에가 만든 비단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검푸른 빛깔을 띠고 있다’고 묘사하면서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소개한 바 있다.
매생이는 자산어보에도 등장할 만큼 그 존재가 오래 전부터 인식돼 왔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최근까지 김 양식장 ‘잡초’처럼 취급돼 왔다. 품질 좋은 김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생이나 파래 같은 다른 해조류가 포함돼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식장 천대를 받던 매생이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영양식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김 양식보다 매생이 양식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대다수 김 양식장이 매생이 양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 김 양식장이 매생이 양식장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매생이가 여성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 때는 전국적으로 매생이 열풍이 불기도 했다. 여성은 나이가 들면서 빈혈과 골다공증을 겪는 사례가 많은데, 매생이에는 철분과 칼슘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철분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으로 우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생이 철분 함량은 100g당 43.1㎎으로 우유 40배 정도고, 칼슘 함량도 100g당 574㎎으로 역시 우유보다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매생이는 엽록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면서도 소화 및 흡수가 빠르다. 칼로리 역시 낮아서, 겨울철에 열량을 과잉 섭취해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이다.
식품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매생이의 의학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식품과학회는 고려대 연구팀이 당뇨병에 걸린 쥐에 매생이 추출물을 투여한 후, 신장 보호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매생이의 영양학적인 가치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다. 예전에는 매생이를 활용한 요리라면 매생이국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매생이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매생이국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을 즐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