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말까지 인구는 폭발적인 증가가 예측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식량 부족 시대가 앞당겨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고층 빌딩을 농장으로 바꿔 공중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한다. 또 가정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식량 컴퓨터를 설치하려는 시도도 있다.

이런 시도는 모두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우주에서 식량을 재배하기 위해 개발한 수기경재배(aeroponic) 기술을 이용한다. 수기경재배는 흙을 이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물과 액체 비료만 분사해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말한다. 환경을 적절하게 관리해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영양가 높고 안전한 채소 재배를 기대할 수 있다.

MIT미디어랩에서 시티팜(CityFARM)을 만들고 농업용 건물을 몇 년 동안 설계해온 케일럽 하퍼(Caleb Harper)는 사실 자연은 식물을 재배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한다. 건물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있다면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산화탄소와 물, 빛 등 식물이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티팜의 야채 농장에선 브로콜리와 딸기, 상추, 고추 같은 야채가 유리 케이스 선반에 매달려 있다. 수기경재배에선 식물을 공중에 매단 채 스프레이로 물을 살포한다. 이 상태에서 자라는 식물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뿌리를 뻗어 뿌리의 표면적을 늘린다. 이 방법으로 키우면 식물 뿌리의 모든 시스템을 활성화할 수 있다. 흙으로 키우면 식물은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그 상태에서 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식물이 가진 능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는 없다. 이런 점에서 수기경재배가 식물을 훨씬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식물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생체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언제 어느 정도 시간 동안 물을 뿌려줄지 결정한다. 기술을 이용해 식물 환경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또 뿌린 물에는 칼륨과 인 등 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다. 기존 물과 비교하면 98%까지 효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영양분과 물을 충분히 공급하면 식물 성장은 빛에 의해 좌우된다. 시티팜은 재배용 LED 램프를 이용해 자연광을 확장, 성장 한계를 끌어올린다. LED 램프는 광합성에 필요한 적색광과 청색광을 조절한 것이다. 자연에선 식물은 자연광에 포함된 모든 파장의 빛에서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걸러낸다. 하지만 이런 수고를 생략해버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식물을 키우는 데 더 이상 자연광은 구식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시티팜은 현재 작은 규모로 실험을 진행 중이지만 성과가 뛰어나다. 이곳에서 키운 식물은 자연에서 키운 것보다 3∼4배 빠르게 성장한다. 5.5m2 건물에서 MIT미디어랩 직원 300명이 필요로 하는 양을 수확할 정도라고 한다.
최근 개발 중인 실내 농장은 기술 발전을 실감하게 한다. 물론 규모를 확장하려면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기술과 비용간 균형이 필요할 수 있다. 또 기존 고층빌딩의 유리벽 등을 활용하는 시도 등 경제적으로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규모를 작게 만드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식량 개인용 컴퓨터가 그것이다. 60cm 사방 수기경재배 상자 안에서 식물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정확하게 관리, 통제하려는 것이다. 상자 안에 이산화탄소와 산소는 물론 온도와 습도 등 모든 기온 조건까지 맞추겠다는 것. 야채의 맛은 유전자 뿐 아니라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상자를 통해 토마토 같은 걸 키웠다면 키우는 방식에 대한 정확한 성장 레시피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공유하면 다른 사용자도 같은 식감을 가진 토마토를 재배할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이런 방식이 대규모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보완적 요소로는 충분하며 마치 분산형 컴퓨터처럼 재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식품 생산과 수송에는 음식 섭취 1칼로리당 10칼로리 연료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10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이다. 기술 농업이 생산 에너지를 80% 절감하게 되면 친환경에 에너지 비용도 줄어들어 궁극적으론 이익을 늘릴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상우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