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호패법

[프리즘]호패법

호패법은 조선 태종 때 처음 실시했다. 지금의 주민등록증과 같다. 나이 16세 이상 남자가 지녔다. 나무 조각에는 소유자 이름·직업·계급 등이 기록됐다. 호패는 전국 인구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도입됐다. 조세 징수와 군역 부과에도 활용됐다.

당시 백성은 호패를 받으면 곧 호적과 군적에 올려졌다. 동시에 국역을 져야만 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양반 노비로 들어가기도 했다. 급기야 호패 위조, 교환까지 생기면서 국가적 혼란도 초래했다. 조정은 단호했다. 호패 위조자를 극형에 처했다. 호패를 차지 않은 자는 엄벌에 처하는 법을 마련키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호패제도는 조선 후기까지 이어졌다.

정부가 주민등록증 제도를 두고 진퇴양난이다.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다. 우리 국민 주민등록번호 대부분이 해외에 유출됐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주민번호 악용과 도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를 대체할 수단을 찾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해부터 대체수단을 찾기 위한 작업이 분주하다. 현 제도에 보안을 강화하자는 방안과 별도 번호를 주자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얘기도 있다.

어느 것이든 정부가 수용하기 녹록치 않다. 엄청난 전환 비용은 둘째 문제다. 주민등록번호 기반으로 설치·운영된 국가 시스템을 흔들어야 한다. 여러 전문가 대안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간과하는 점이 있다. 과거 호패는 주민등록번호로 바뀌었다.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전환한다고 해서 당면 문제가 일소될까.

본질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 테두리에 있다. 광범위한 허용이 문제다. 현행법은 본인확인기관을 사기업으로 지정, 주민등록번호 보관을 허용한다. 본인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까지 확인을 요구한다. 주장된 대체재 모두 대표식별번호를 부여한다.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뿐 기존 문제점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조선은 호패 위조자를 엄히 다스렸다. 주민등록번호 이용에 대한 제도와 관점을 근본적으로 고민해볼 때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