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인류안전에 대한 기술적 노력과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세계 주요국 원자력학회가 원전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국제연합(UN)을 통해 공인 받는 작업에 나선다. 그동안 원전을 가동 중인 국가 산업계가 자체 주장해 온 온실가스 감축능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도록 해 신기후체제 등 향후 기후변화 대응 핵심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오는 5월 프랑스 니스에서 열리는 원자력산업국제회의(ICAPP)에서 주요국 학회와 공동으로 원전 온실가스 감축능력의 UN 등록을 공식 논의한다고 밝혔다.
ICAPP는 전 세계 원자력 관련 산업계 주요인사가 참석하는 회의로 원전 기술개발과 안전성 및 신뢰성 향상을 주요 의제로 다루며 글로벌 산학연 기술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국제 원자력계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회의로 자리잡았으며, 지난 2013년 제주도에서 열리기도 했다.
각국 원자력학회는 이번 ICAPP에서 의견을 모아 원전 온실가스 감축 인정 공식건의문을 채택할 계획이다. 현재 프랑스 원자력학회와 미국 원자력학회가 관련 초안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원자력학회를 비롯해 EU 원자력학회와 일본 원자력산업회의 등이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은 앞서 지난해 9월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사전 교감을 확인한 상태다.
5월 ICAPP에서 건의문을 채택하면 연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정식 안건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원전 산업계는 석유와 석탄 등 전통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규모 친환경 발전원으로 원전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아직 UN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자력학회는 이번 노력을 통해 UN이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부속서로 채택된 청정개발체제(CDM) 대상에 원전도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다.
CDM은 개발도상국이 친환경 개발이나 설비를 건설할 때 이를 지원하면 관련 노력을 온실가스 감축성과로 인정하는 제도다. CDM 대상에 원전이 포함되면 UAE 원전 수출과 같이 해외 원전수출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우리나라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이번엔 충분히 가능성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원전이 배제된 것도 환경성 문제보다는 쏠림 현상으로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원전이 주목받는 만큼,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영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최근 원전 건설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장문희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주요국과 원전을 기후변화 대안으로 제안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5월 ICAPP를 계기로 관련 국제적 노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